본문 바로가기
2023.02.01 09:39

말의 세대 차

조회 수 9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말의 세대 차

말의 세대 차를 걱정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못 알아듣겠다.’ ‘이러다가 소통이 안 될까봐 걱정이다.’ ‘세대 차를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걱정도 팔자다. 노력하지 말라. 가끔은 뭘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세대 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허황되고 부질없다. 세대 차가 없는 말의 세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노화 저지’(안티에이징)가 시대적 과제라지만,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겠나.

기성세대는 버릇처럼 젊은이들의 말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기만 한 건 아니다. 새로운 말은 세대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만들어진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뿐이다. 공식어나 격식체를 쓰는 공간에서도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빈번하게 쓴다. 그런데 정치에 무심한 사람에게는 ‘외통위, 법사위, 과기정통부, 윤핵관’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사업에 무심하면 ‘예타 면제’란 말을 모른다. 입시에 무심하면 ‘학종, 사배자, 지균’이 뭔지 모른다. 시골 농부는 ‘법카’를 모른다(알아 뭐 할꼬). 어떤 사람들에겐 못 알아듣는 말인데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 공간을 차지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말이면 ‘모두가 쓰는 말’로 가정한다. 그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말만 불온시한다. 편파적이다.

우리는 모든 장소와 시간에 존재할 수 없다. 말은 장소성을 갖는다.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장소성을 갖지 않는, 장소성이 표시되지 않는, 중립적인 척하는 언어가 더 의심스럽다. 차이를 줄이기보다 차이를 밀어붙이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0149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171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7Jul
    by 風文
    2022/07/17 by 風文
    Views 991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5. No Image 26Dec
    by 風文
    2022/12/26 by 風文
    Views 991 

    ○○노조

  6. No Image 09Oct
    by 風文
    2023/10/09 by 風文
    Views 991 

    말의 적 / 화무십일홍

  7.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992 

    과잉 수정

  8. No Image 07Sep
    by 風文
    2022/09/07 by 風文
    Views 997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9. No Image 22Nov
    by 風文
    2023/11/22 by 風文
    Views 997 

    '밖에'의 띄어쓰기

  10. No Image 05Jul
    by 風文
    2022/07/05 by 風文
    Views 998 

    우방과 동맹, 손주

  11. No Image 13Oct
    by 風文
    2022/10/13 by 風文
    Views 998 

    정치와 은유(2, 3)

  12. No Image 09Nov
    by 風文
    2022/11/09 by 風文
    Views 998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13.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998 

    “영수증 받으실게요”

  14.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001 

    난민과 탈북자

  15.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002 

    날씨와 인사

  16. No Image 19Jun
    by 風文
    2023/06/19 by 風文
    Views 1002 

    수능 국어영역

  17. No Image 08Oct
    by 風文
    2023/10/08 by 風文
    Views 1002 

    아니오 / 아니요

  18. No Image 16Sep
    by 風文
    2022/09/16 by 風文
    Views 1004 

    그림과 말, 어이, 택배!

  19. No Image 20Nov
    by 風文
    2023/11/20 by 風文
    Views 1006 

    ‘가오’와 ‘간지’

  20. No Image 09Jan
    by 風文
    2024/01/09 by 風文
    Views 1006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21. No Image 26Oct
    by 風文
    2022/10/26 by 風文
    Views 1007 

    “힘 빼”, 작은, 하찮은

  22. No Image 26May
    by 風文
    2023/05/26 by 風文
    Views 1009 

    ‘이’와 ‘히’

  23. No Image 10Jun
    by 風文
    2022/06/10 by 風文
    Views 1010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24. No Image 15Nov
    by 風文
    2021/11/15 by 風文
    Views 1011 

    유신의 추억

  25. No Image 31May
    by 風文
    2023/05/31 by 風文
    Views 1011 

    김 여사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