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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절제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상식의 뒤편에는 또 말을 아무렇게나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는 또 다른 상식이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말이 남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는 표현을 막기 위해서이다.

언어는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지만 반대로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환영받는 언어도 있지만 기피되는 어휘와 표현도 있기 마련이다. 사사로운 관계에서도 꼭 지켜야 할 언어 예절이 있듯이 공공의 장소에서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이것을 가려내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품격이다. 냉정한 비판 의식 혹은 날카로운 정의감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언어적 품격은 가장 먼저 강조되어야 할 항목이 아닌가 한다.

발언의 자유를 가장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영역은 아마도 의회 정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지 화근이 되는 발언도 이 영역에서 잦은 편이다. 바른말을 하려다가 최악의 발언을 내뱉게 되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참으로 옳지 못한 발언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안정을 깨뜨리는 말을 남용하는 경우이다.

표현의 자유가 옛날보다 훨씬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말에 의해 피해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언어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댓글, 특정 집단, 특히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 정치적 발언권의 사적 오용 등에 대한 법적 제재 조치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바람직하기는 우리 모두 절제된 말에 능숙해지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법적인 장치를 고려해 보는 것이 올바른 절차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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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과 방위

방향을 모르고는 우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앞으로 가야 할지 뒤로 가야 할지, 아니면 주저앉아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든지, 저 산 넘어 가든지, 길을 따라가든지 어떻든 ‘방향’이 분명해야 나아갈 수 있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나누어 방향의 기준을 설정한 것이 ‘방위’라는 개념이다.

방위의 기본은 동서남북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방위는 각각 동남, 서남 등등으로 표현한다. 또 북북서, 동동남 하며 더 촘촘한 이름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방위 명칭의 표준이 불분명하다. 누구는 ‘동남’이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남동’이라 한다. ‘동북쪽’인지 ‘북동쪽’인지도 헛갈린다. 남북 축과 동서 축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일상어의 경우를 보면 동서 축이 더 일반적이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미국의 노스웨스트항공사의 이름을 ‘서북항공’이라 번역했지 ‘북서항공’이라 하지는 않았고 한국 주변을 ‘동북아시아’라고 하지 ‘북동아시아’라고 하지 않는다. 지역 이름을 부를 때와 일기예보를 할 때, 또 공군에서 사용하는 방위 명칭, 지도 편찬, 일부 외국어 번역 등등 경우에 따라 혼용이 심하다. 이제 각종 ‘앱’을 이용해서 종횡무진 운전하며 돌아다니게 될 텐데 방위 이름만큼은 소비자 중심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옳겠다.

덧붙여 사족을 단다면 ‘종단’과 ‘횡단’이란 용어도 가려서 썼으면 한다. 일부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이 두 단어를 혼용한다. 예를 들어 ‘몽골횡단철도’라는 말이 나오던데 몽골의 철도는 남북을 질러가는 종단철도뿐이고 동서를 가르는 횡단철도는 없다. 가로로 질러간다는 ‘횡단’을 그저 관통한다는 뜻으로 알고 쓰는 모양이다. 앞으로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우리와 남북 방향으로 연결될 철도 역시 한반도 ‘종단’ 철도이지 ‘횡단’ 철도는 아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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