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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가 쏟아지는 우리선인들 이야기


   이 또한 병법이 아니겠소?

  고려말 격변기의 제일가는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분들이 최영 장군을 들 것이다. 고려 충숙왕 3년(1316년)  나 평생을 전쟁터로 달리며, 남쪽 해변으로 침공해온 왜구를 쳐부수고, 북으로 원나라에 뺏겼던 지경을  되찾는 등 공로가 많은 중에도, 1358년 전라도 오예포에 침입한 왜구의 배 4백여 척을 격파하고, 이듬해부터 국내를 휩쓸던  홍건적을 처처에서 물리쳐 대공을 세웠으나, 요승 신돈의 모함을 받아 한때 한직으로 좌천되었다가, 신돈이 처형당하자 다시 병력을 거느려 국방 일선에서 활약하였다. 우왕 2년(1376년) 왜구가 삼남지방을 휩쓸어 이를 토벌하던 원수 박원계가 크게 패하자 자원 출정하여 연 5년 사이에 처처에서 왜구를 토벌했는데, 이 무렵부터 뒷날 조선조의 태조가 된 이성계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신진세력의 중심인물로 등장하였으니, 그는 최영보다 19세 연하인 1316년 생이다.

  이성계는 남북으로 달리며 왜구를 토벌하여 전공을 세우던 중 1380년 경상도와 전라도 접경인 운봉에서 적장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구의 병력을 섬멸한 후로 조야의 신망을 모아, 최영에 대립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하였다. 대륙에서 원나라가 힘을  잃고 명의 세력이 일어날 때, 1388년 요동지방을 치러 내어보낸  이성계가, 압록강 가운데 위화도에서 회군해 들어오자  그에 맞서 버티다가 붙잡혀 죽으니 고려 왕조도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이내 종막을 고하게 된 내력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때나 그때나 나라에 망조가 들면 매사에 기력을 잃고 안일과 사치만을 일삼게 마련인데, 고려 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밖으로 최영같은 장군이 갑옷을 끄를 사이 없이 흙먼지 속을 뛰닫는데, 수도인 개경에서는 이른바 명문가 출신의 무능한 고관대작들이 서로 어울려 바둑이나 두고, 돌려가며 청하여 진수성찬으로  사치를 다하여 먹고  마시는 한일월을 즐겼다. 최영 장군이 개경에 돌아와 있을 때 일이다.  이 상류층의 돌려가며 먹기식 잔치가 장군댁 차례로 돌아왔다. 최영 장군은 자랄  적에 그의 아버지가 항상 경계하기를

  `견금여토(금을 보기를 흙과 같이 하라)`

  하여 이 넉 자를 허리띠 끝에 써서 평생토록 차고 지내던 분이다. 정권을 잡아 위세가 안팎으로 떨쳤어도 남의 것이라면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않아, 겨우 먹고 사는데 그쳐, 사생활에 근검하기가 이를데  없던 분이라, 귀빈이 모인다고 호들갑을 떨어 잘 차리려 할 분도 아니고 그럴 기구도 없다. 날짜가 되자 손님들이 줄줄이 모여드는데, 물론 당대에  제일가는 고관대작들이다. 그런데 점심을 내올 시각이 되어도 아무런 기별이 없다. 하루 세끼뿐 아니라 주전부리로 간식을 무시로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절제없는 가문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 참기 어려운 고통일 수 밖에...  배에서 쪼로록 소리가  나고 눈이 다 퀭할 때쯤하여 점심상을  내어오는데, 메기장과 쌀을 섞어서 밥을 짓고, 갖은 나물로 국 끓이고 반찬하여서 내어오니, 그네들로서는 처음 먹는 음식들이다. 모두들 허겁지겁을 해서 먹어치우고는 제각기 한마디씩 하였다.

  “철성(최영 장군의 호)댁 음식이 유별하게 맛있습니다그려.”
  주인은 싱그레 웃으며 대답하였다.
  “이게 다 용병하는 술법이외다.”

  잔뜩 배고프게 해놓고 나서 음식을  내어오니 어쩔 수 없이 맛나게 먹을 수밖에...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한 그인지라 조그만치도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임렴이라는 이의 소행을 분히 여겨서, 그의 가족까지 모조리 죽여 없앤 일이 있었는데 자신이 형벌받기에 앞서 한 말이 있다.

  “내 일찍이 악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임렴에 대한 형벌은 지나쳤다. 내게 조그만치라도 탐욕이 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더니 그 뒤 고양군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몇백년 되도록 떼풀이 살지 않아 벌거벗은 무덤이라, 흔히들 홍분이라고 하였다. 이상은 대체로 성종 때의  학자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실린 대로를 옮긴 것인데, 그의 무덤은 서울 근교 벽제 대자리라는  데 있어 서울서 하루에 다녀오기 알맞은 거리다. 그 근방은 모두 흙빛이 빨간데, 붉은 흙은 진흙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겨울에 땅이 얼면 서릿발이 서면서 풀뿌리를 들고  일어나서 떼가 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석비레나 개울에  장마때 앉는 세모래를 거두어  한식 때마다 뗏밥을 주면, 몇 해 거듭하는 사이  모래가 고루 섞이며 흙이 무거워져, 겨울에 얼어도 뿌리를 들고 일어나지 않아 자연 파랗게 살기 마련이다. 지금 그의 산소는 자손들의 저성어린 손질로 떼가 파랗게 자라고 있는데 둘레를 돌아본 이는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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