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8 12:21

혼성어

조회 수 15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혼성어

말이란 것은 늘 바르게만 하게 되지 않는다. 종종 이지러뜨리고 삐뚤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반듯한 말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속상하게 하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연예계나 광고계 같은 데서는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단어를 형성할 때는 나름의 규칙을 제공하는 조항들이 있다. 이른바 ‘문법적인 요소’들이다. 그런 것을 이용해서 말을 만들면 ‘이론적’이고 단정해 보인다. 그러나 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이론적인 것보다는 ‘직관적’인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어휘를 규칙에 따라 조립하기보다는 범벅을 만들어 의미보다 느낌을 얻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희한한 어휘가 주조되기도 한다.

어느 방송에서 방영되는 ‘… 들었쇼’라는 프로그램은 오타가 아니다. 의도된 작품이다. 또 ‘소통’이 아닌 ‘쇼통’이란 말도 나타난다. 일반적인 어휘 의미에다가 무언가의 ‘느낌’을 더 얹어서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일코노미’라는 말도 독신자들이 많아진 세태의 여러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혼술, 혼밥’처럼 일종의 ‘혼성어’들이다.

혼성어 가운데 이미 잘 알려진 것은 영어의 ‘브런치’가 대표적이다. 아침식사(브렉퍼스트)와 점심식사(런치) 중간에 먹는 끼니를 일컬으며 요즘은 우리도 그냥 ‘아점’이라고들 한다. 한국식 영어를 뜻하는 ‘콩글리시’도 여기에 든다. 이러한 결합에는 기존의 ‘문법’이라는 요소를 부차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좀 거북한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또 달리 인상적인 표현이 되기도 한다.

좀 과잉 혼성이라 할 만한 것도 눈에 띈다. 서울의 시민 공공 자전거를 ‘따릉이’라고 하는 것은 꽤 맛깔스러운데 그 애용자를 ‘따릉러’라고 하는 것은 무언가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다. 마음에 꽂히는 재치는 남용보다는 ‘파격과 절제’에서 더 반짝이지 않을까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624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774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6Apr
    by 風文
    2023/04/26 by 風文
    Views 1351 

    용찬 샘, 용찬 씨

  5. No Image 27Apr
    by 風文
    2022/04/27 by 風文
    Views 1352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6. No Image 25Jan
    by 風文
    2022/01/25 by 風文
    Views 1353 

    법과 도덕

  7. No Image 30Jan
    by 風文
    2022/01/30 by 風文
    Views 1353 

    사저와 자택

  8. No Image 03Jan
    by 風文
    2024/01/03 by 風文
    Views 1353 

    내일러

  9.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355 

    난민과 탈북자

  10. No Image 28Aug
    by 風文
    2022/08/28 by 風文
    Views 1355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11. No Image 21Jul
    by 風文
    2022/07/21 by 風文
    Views 1356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12. No Image 18Dec
    by 風文
    2023/12/18 by 風文
    Views 1356 

    가짜와 인공

  13. No Image 08Oct
    by 風文
    2023/10/08 by 風文
    Views 1360 

    금새 / 금세

  14. No Image 09Nov
    by 風文
    2023/11/09 by 風文
    Views 1360 

    왕의 화병

  15. No Image 22Jun
    by 風文
    2022/06/22 by 風文
    Views 1362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16. No Image 25Jul
    by 風文
    2022/07/25 by 風文
    Views 1363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17. No Image 24Feb
    by 風文
    2022/02/24 by 風文
    Views 1364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18. No Image 10Jun
    by 風文
    2022/06/10 by 風文
    Views 1364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19. No Image 03Jan
    by 風文
    2023/01/03 by 風文
    Views 1365 

    말하는 입

  20. No Image 30May
    by 風文
    2020/05/30 by 風文
    Views 1366 

    매뉴얼 / 동통

  21. No Image 08Sep
    by 風文
    2022/09/08 by 風文
    Views 1366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22. No Image 30Nov
    by 風文
    2022/11/30 by 風文
    Views 1369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23. No Image 13Feb
    by 風文
    2023/02/13 by 風文
    Views 1371 

    남친과 남사친

  24. No Image 11Nov
    by 風文
    2023/11/11 by 風文
    Views 1372 

    피동형을 즐기라

  25. No Image 06Jul
    by 風文
    2022/07/06 by 風文
    Views 1373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