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2 11:17

영어 공용어화

조회 수 9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어 공용어화

2000년 초 우리가 외환위기의 수렁에서 가까스로 헤어나오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당시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개인 자문역인 ‘21세기 일본의 구상’이라는 모임에서 21세기 일본의 정책 방향을 제안했는데 거기에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삼자는 의견을,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제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반응은 일본보다 한국 사회에서 더 뜨거웠다.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한 신문이 이를 크게 보도하자 뒤이어 어슷비슷한 신문들이 과열된 기사와 르포를 내보냈다. 당시의 기사 제목들을 살펴보자. “여덟 살도 늦다”,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 “영어 방송 채널 늘려 ‘귀’ 틔게 해야” 등등의 선정적인 보도가 넘쳐났다. 논점도 일본처럼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삼자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용어로 삼는 것이 낫다는 어느 유명한 소설가의 주장을 대변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우리에게는 영어 강풍이 계속 어왔다. 대학에서는 전공을 불문하고 노골적으로 교수와 강사들에게 영어 강의를 강권한다. 취학 전에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낸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사실상 사회 일부 영역에서는 영어의 공용어화가 조용히 진행 중인 셈이다. 그러는 중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영어를 잘하는 것을 모든 공적인 능력의 첫째 기준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향상된 영어 능력으로 미국의 ‘미치광이 전략’에 맞서 힘겹게 협상을 해야 한다. 다른 한편 당시 세웠던 영어마을의 거듭된 적자를 묵묵히 감당해내야 한다. 그러면서 또 이번 노벨 문학상에 한국 작가의 이름은 빠졌고 다른 아시아계가 뽑힌 것을 아쉬워하는 한숨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우리는 그동안 무슨 짓을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인가?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835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491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815
    read more
  4. 영어의 힘

    Date2022.05.12 By風文 Views795
    Read More
  5. 영어 공용어화

    Date2022.05.12 By風文 Views957
    Read More
  6.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Date2022.05.12 By風文 Views739
    Read More
  7.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Date2022.05.16 By風文 Views844
    Read More
  8. 영어 절대평가

    Date2022.05.17 By風文 Views730
    Read More
  9. 외국어 선택하기

    Date2022.05.17 By風文 Views662
    Read More
  1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Date2022.05.17 By風文 Views819
    Read More
  11. 콩글리시

    Date2022.05.18 By風文 Views1020
    Read More
  12. 혼성어

    Date2022.05.18 By風文 Views905
    Read More
  13. 귀순과 의거

    Date2022.05.20 By관리자 Views659
    Read More
  14. 말과 상거래

    Date2022.05.20 By風文 Views841
    Read More
  15. 과잉 수정

    Date2022.05.23 By風文 Views937
    Read More
  16. 날씨와 인사

    Date2022.05.23 By風文 Views931
    Read More
  1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Date2022.05.23 By風文 Views760
    Read More
  18.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681
    Read More
  19.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Date2022.05.26 By風文 Views1042
    Read More
  2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Date2022.05.26 By風文 Views701
    Read More
  21.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Date2022.05.30 By風文 Views857
    Read More
  22.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Date2022.05.31 By風文 Views781
    Read More
  23. 경평 축구, 말과 동작

    Date2022.06.01 By風文 Views746
    Read More
  24.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Date2022.06.02 By風文 Views1077
    Read More
  25.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Date2022.06.07 By風文 Views69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