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11 12:53

세계어 배우기

조회 수 9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계어 배우기

영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어’다. 문제는 그 세계어에 대한 개념이 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온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언어? 그건 아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조금만 열심히 배우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이건 비슷하게 맞는다.

아직도 이 세계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더욱 많다. 그럼에도 이방인에게는 으레 영어로 말을 건다. 그리고 영어 질문에 대답을 못하거나 하면 민망해한다. 다시 말해서 모두 잘 알아서 세계어가 아니라 당연히 잘 알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세계어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어의 위력이다.

영어는 잘 몰라도 쓸 수밖에 없다. 영어도 일본어도 모르는 한국인과 역시 영어도 한국어도 모르는 일본인이 외국에서 만나서 무언가 말을 하려면 엉망진창의 영어로 말을 하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다. 또한 이런 것이 결코 흉이 아니다. 오히려 최선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세계어는 어쩔 수 없이 상처투성이의 언어가 된다. 오만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주워섬기니 불가피하게 언어는 많이 망가진다. 그것이 세계어가 된 업보이고 대가이다. 그래서 세계어를 쓰면서 자주 틀리는 것을 너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것, 헛갈리거나 실수하는 것은 세계어의 숙명이다.

세계어는 무슨 이론적 바탕으로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사회적 추세이다. 그 추세를 각종 국제기구와 국제 행사에 반영해서 사용 언어를 선택한다. 그렇기에 하나의 세계어를 배우는 데 모든 것을 다 거는 것은 그리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차라리 ‘세계어로서의 영어’의 한계선을 어느 정도 설정해 놓고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무한정 배우는 것은 고액의 학습비용을 곧바로 매몰비용으로 처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993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150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1Mar
    by 風文
    2023/03/01 by 風文
    Views 925 

    울면서 말하기

  5.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929 

    언어의 혁신

  6. No Image 09Nov
    by 風文
    2023/11/09 by 風文
    Views 929 

    왕의 화병

  7. No Image 27Feb
    by 風文
    2023/02/27 by 風文
    Views 931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8. No Image 08Feb
    by 風文
    2024/02/08 by 風文
    Views 931 

    김치 담그셨어요?

  9. No Image 03May
    by 風文
    2020/05/03 by 風文
    Views 935 

    뒷담화

  10. No Image 12Jul
    by 風文
    2022/07/12 by 風文
    Views 936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11. No Image 27Apr
    by 風文
    2022/04/27 by 風文
    Views 937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12. No Image 29Jan
    by 風文
    2022/01/29 by 風文
    Views 938 

    태극 전사들

  13. No Image 26Jul
    by 風文
    2022/07/26 by 風文
    Views 940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14. No Image 28Aug
    by 風文
    2022/08/28 by 風文
    Views 943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15. No Image 25Jan
    by 風文
    2022/01/25 by 風文
    Views 944 

    법과 도덕

  16. No Image 03Jan
    by 風文
    2024/01/03 by 風文
    Views 944 

    있다가, 이따가

  17. No Image 21Feb
    by 風文
    2024/02/21 by 風文
    Views 944 

    가던 길 그냥 가든가

  18. No Image 06Jul
    by 風文
    2022/07/06 by 風文
    Views 945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19. No Image 31Jul
    by 風文
    2022/07/31 by 風文
    Views 945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20.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945 

    갑질

  21. No Image 13Jun
    by 風文
    2022/06/13 by 風文
    Views 948 

    개념의 차이, 문화어

  22. No Image 26Apr
    by 風文
    2023/04/26 by 風文
    Views 950 

    용찬 샘, 용찬 씨

  23. No Image 20Jan
    by 風文
    2024/01/20 by 風文
    Views 951 

    ‘시월’ ‘오뉴월’

  24. No Image 18May
    by 風文
    2022/05/18 by 風文
    Views 952 

    혼성어

  25. No Image 09May
    by 風文
    2022/05/09 by 風文
    Views 953 

    호언장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