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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1 06:58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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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가 ‘현행법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배와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달리 존경과 우대를 받아야 마땅하거늘 어찌 우리의 법률은 그런 희생자에게 사후까지 이런 매정한 대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더 나은 가치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린 행위를 ‘순절’이라는 말로 기린다. 종종 ‘순사’라고도 한다.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죽은 이들은 ‘순국’했다고 하며, 신앙을 위한 것이었으면 ‘순교’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분을 다하다가 희생된 사람들은 ‘순직’이라 해서 법적으로 그의 명예를 드높이고 유족에 대해 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라를 위해 순국한 사람들을 둘러보면 무슨 공직이나 관직에 있었던 사람들보다는 가진 것 많지 않은 사람들이 흔연히 몸을 바친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니 기간제니 임시직이니 계약직이니를 꼽으며 순국 여부를 따진다면 이 얼마나 해괴한 일이겠는가. 순교자도 성직자인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뜨겁게 신앙을 지켰는가가 유일한 잣대이다. 순직도 해당 직책과 임무에 얼마나 철저했느냐가 중요하지 직위나 직급을 따진다면 오히려 모욕이 될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공직자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순직자를 기린다는 것은 공적인 책임자들이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다하도록 독려함으로써 다시는 억울하고 원통한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큰 탈 없이 사는 것은 자신이 잘나서라기보다는 누군가 안 보이는 곳에서 희생과 헌신을 하는 덕분일 것이다. 희생과 헌신을 이렇게 소홀히 다루는 법률은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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