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2.01 06:54

삼디가 어때서

조회 수 9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디가 어때서

느닷없이 정치판에서 언어 문제로 입씨름이 붙었다. ‘3D 프린터’를 [삼디]라고 읽느냐 [스리디]라고 읽느냐 하는 문제다. 이상하게도 정치권에서 영어 발음 같은 언어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대개 비본질적인 논쟁으로 비화한다. 여러 해 전에 ‘오렌지’냐 ‘어륀지’냐 하던 논쟁도 정책 수준을 무척 저급하게 만들었던 추억으로 남았다.

옛날 군에서 지급한 소총은 M1[엠원]이었다. 후에 M16이 지급됐다. 보통 [엠십육]이라고도 했지만 [엠식스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티오십]이고 보잉 707도 보통 [칠공칠]이라 한다. 역사 수업에서 배운 제국주의의 삼비(3B) 정책과 삼시(3C) 정책은 아무도 [스리비]나 [스리시]라고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힘든 직업을 가리키는 ‘3D’ 업종은 보통 [스리디 업종]이 아니라 [삼디 업종]이라 한다. 연필 ‘4B'도 보통 [사비]라 하지 [포비]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대체 발음의 원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언어 전문가로서는 민망스럽게도 ‘특별한 원리가 없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 두 가지 발음법은 윤리 문제도, 언어 원리의 문제도 아니다. 또 지식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인습과 취향의 차이에 더 가깝다. 이런 것으로 누가 더 유능한 사람인지는 도저히 평가할 수 없다. ‘3D’를 차라리 ‘삼차원’ 혹은 ‘입체’라고 표현했다면 더 나았겠다.

이번 대선은 수많은 시민들이 무려 스무 번 넘게 길거리에서 ‘자기 이익’을 넘어서서 헌신함으로써 얻어낸 ‘역사적 기회’이다. 이 기회를 의미 없는 말꼬리 잡기로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는 ‘통합’이면서 실천은 ‘분열’과 ‘파열’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가?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849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504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928
    read more
  4. 살림

    Date2006.12.26 By風磬 Views6173
    Read More
  5. 살망졍이

    Date2009.07.26 By바람의종 Views6509
    Read More
  6. 살사리꽃

    Date2009.09.07 By바람의종 Views7060
    Read More
  7. 살아 진천 죽어 용인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16318
    Read More
  8. 살얼음 / 박빙

    Date2010.10.30 By바람의종 Views10188
    Read More
  9. 살인 진드기

    Date2020.05.02 By風文 Views1272
    Read More
  10. 살짝궁, 살짜궁 / 살짝이, 살짜기

    Date2010.12.19 By바람의종 Views11116
    Read More
  11. 살찌다, 살지다

    Date2010.04.07 By바람의종 Views9943
    Read More
  12. 살처분

    Date2010.10.30 By바람의종 Views7318
    Read More
  13. 살코기

    Date2009.10.08 By바람의종 Views7556
    Read More
  14. 살쾡이

    Date2009.07.15 By바람의종 Views6066
    Read More
  15. 살피재

    Date2008.05.27 By바람의종 Views7942
    Read More
  16. 삼가

    Date2008.10.04 By바람의종 Views5245
    Read More
  17. 삼겹살의 나이

    Date2012.05.04 By바람의종 Views11914
    Read More
  18. 삼디가 어때서

    Date2022.02.01 By風文 Views960
    Read More
  19. 삼박하다

    Date2006.12.26 By風磬 Views13479
    Read More
  20. 삼복더위

    Date2009.03.04 By바람의종 Views8091
    Read More
  21. 삼삼하다

    Date2006.12.29 By風磬 Views11037
    Read More
  22. 삼수갑산

    Date2010.03.07 By바람의종 Views10045
    Read More
  23. 삼수갑산을 가다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8530
    Read More
  24. 삼십육계 줄행랑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12262
    Read More
  25. 삼우제

    Date2007.07.20 By바람의종 Views1062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