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30 00:22

사저와 자택

조회 수 9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저와 자택

한국말에는 서로의 관계를 고려해서 조심해 써야 할 말들이 매우 많다. 존댓말만이 아니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행여 오해 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어휘가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세세한 구별이 과연 꼭 필요한가 하는 물음도 생긴다.

그 가운데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대표적인 것이 무심코 튀어나오는 전근대적인 표현들이다. 나이든 남자를 ‘영감’이라고 한다든지, 이미 고어가 되었어야 할 ‘아녀자’라는 말이 아직도 사전에 올라 있는 것이라든지, 같은 성인들 사이에서 손위 손아래 따지는 것 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 전근대적 요소가 버젓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제대로 ‘시민사회’가 무르익지 못했다는 말이다. 언어만이 아니라 종종 터져나오는 약자에 대한 ‘갑’의 만행을 보면 분명히 전근대 사회의 양반이나 토호들이 머슴과 종들한테 해대던 패악질과 똑 닮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 본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너도나도 그 집을 ‘사저’라고 부른다. 사저는 관저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관저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한테 제공된 집이다. 그러고 보니 사저라는 말 역시 그리 ‘현대적 표현’은 아니다. 공직이 끝나면 당연히 ‘자택’ 혹은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 옳다. 듣자 하니 누군가는 ‘마마’라는 표현까지 했다고 한다.

물러난 대통령은 남달리 ‘영애, 시해, 아우라’ 등 우리의 시대정신과 어긋나는 비범한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다. 그러니만큼 그저 그런 보통사람의 삶과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은 그것 때문에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모든 사람의 삶에 좋은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덮어씌워져 있던 ‘전근대적 언어’를 우리 손으로 거두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153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864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3060
    read more
  4.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Date2022.06.18 By風文 Views951
    Read More
  5. 금수저 흙수저

    Date2024.02.08 By風文 Views951
    Read More
  6. ‘끄물끄물’ ‘꾸물꾸물’

    Date2024.02.21 By風文 Views951
    Read More
  7. ‘선진화’의 길

    Date2021.10.15 By風文 Views952
    Read More
  8. 북한의 ‘한글날’

    Date2024.01.06 By風文 Views952
    Read More
  9. 모호하다 / 금쪽이

    Date2023.10.11 By風文 Views957
    Read More
  10. 아줌마들

    Date2022.01.30 By風文 Views958
    Read More
  1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Date2022.02.06 By風文 Views960
    Read More
  12. 사저와 자택

    Date2022.01.30 By風文 Views961
    Read More
  13.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Date2022.08.23 By風文 Views961
    Read More
  14. 소통과 삐딱함

    Date2021.10.30 By風文 Views963
    Read More
  15.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Date2022.06.20 By風文 Views963
    Read More
  16.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Date2023.02.27 By風文 Views963
    Read More
  17.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Date2022.07.12 By風文 Views964
    Read More
  18. 웃어른/ 윗집/ 위층

    Date2024.03.26 By風文 Views964
    Read More
  19. 언어의 혁신

    Date2021.10.14 By風文 Views965
    Read More
  20.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Date2022.07.25 By風文 Views965
    Read More
  21.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Date2022.07.06 By風文 Views966
    Read More
  22. 말과 상거래

    Date2022.05.20 By風文 Views968
    Read More
  23. 뒷담화

    Date2020.05.03 By風文 Views969
    Read More
  24. 주어 없는 말

    Date2021.11.10 By風文 Views969
    Read More
  25. 개념의 차이, 문화어

    Date2022.06.13 By風文 Views97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