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9 00:00

정치의 유목화

조회 수 14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정치의 유목화

요즘 정치인들은 되도록 비정치적인 말로 유권자들을 잡아끌려 한다. 그래서 ‘대화’, ‘만남’, ‘토크쇼’처럼 무언가 보드라운 말을 앞세운다. 예전의 ‘정견 발표’, ‘유세’, ‘군중집회’ 같은 무겁던 말은 어느새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치 활동도 인물들의 권위와 단단한 조직을 과시했었지만 이제는 유권자의 감성을 파고들려 한다. 면목 없는 일들이 생기면 ‘천막 당사’로 몸을 수그려 유권자들의 분노를 달래기도 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부질없는 위선적 희극에 지나지 않았었다.

최근에는 천막이 아닌 ‘텐트’가 유행이다. 말뜻으로만 보면 천막이나 텐트나 그게 그것이다. 처음에는 텐트가 다양한 이익집단들을 크게 통합시킬 줄 알았는데 요즘은 딱히 갈 곳 없는 정치인들을 불러 모으는 멍석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꾀어들면 빅텐트라고 하고 생각보다 고객들이 그리 많지 않으면 스몰텐트라고 부르며 정치적 호객을 열심히 한다.

활동 공간도 달리 말한다. 과거에는 안국동, 동교동, 상도동 하면서 정치인들 자택이 중심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이제는 ‘캠프’ 같은 말이 대세다. 캠프는 일종의 ‘주둔지’, ‘야영지’ 등을 가리키는 말인데 역시 천막과 텐트로 이루어진다.

 그러고 보니 정치적 개념이 농경사회에서 유목사회로 달라진 느낌이 든다. 그동안 새로운 매체와 메시지 전달 방식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정책도 이제는 우클릭이니 좌클릭이니 하면서 좌표 수정하듯이 말한다. 정치 언어가 달라진 것이다. 이젠 유권자들도 새로운 정치 언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소망을 담아야 한다. 자칫하면 또다시 그들의 어휘에 정신 팔려 천막 구경이나 하다가 세월을 놓치게 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32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83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810
3150 눌은밥, 누른밥, 누룽지 / 눌어붙다, 눌러붙다 바람의종 2009.05.28 14072
3149 짬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30 14067
3148 늘상, 노상, 천상, 천생 바람의종 2009.11.03 14061
3147 북한의 국화는 목란꽃 바람의종 2010.01.18 14056
3146 제비초리 바람의종 2007.03.23 14056
3145 진안주 바람의종 2010.10.30 14051
3144 우려먹다(울궈먹다) 바람의종 2007.03.03 14022
3143 자문을 구하다? 바람의종 2010.05.05 14013
3142 도매급으로 넘기다 바람의종 2010.04.24 14004
3141 여보 바람의종 2010.07.05 13999
3140 이녁 바람의종 2007.03.15 13997
3139 금세, 금새 / 여태, 입때 / 늘상, 항상 바람의종 2008.12.15 13965
3138 응큼, 엉큼, 앙큼 바람의종 2010.01.14 13949
3137 학부모 / 학부형 바람의종 2010.09.29 13931
3136 쌍거풀, 쌍가풀, 쌍꺼풀, 쌍까풀 바람의종 2012.07.27 13927
3135 참고와 참조 바람의종 2010.08.03 13914
3134 쪼달리다, 쪼들리다 / 바둥바둥, 바동바동 바람의종 2012.09.27 13883
3133 입추의 여지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28 13876
3132 안정화시키다 바람의종 2012.04.23 13870
3131 앙갚음, 안갚음 바람의종 2011.11.27 13856
3130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854
3129 슬라이딩 도어 바람의종 2011.01.30 138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