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52

외래어의 된소리

조회 수 12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래어의 된소리

한때 국민 점심 ‘짜장면’의 바른 표기가 ‘자장면’이었던 적이 있었다. 몇 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안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젠 둘 다 인정을 받는다. 다행히 ‘짬뽕’과 ‘껌’은 굳어진 관행으로 인정을 받아서 굳이 ‘잠봉’이나 ‘검’으로 적을 필요가 없었다. ‘짬뽕하다’라든지 ‘껌값’ 등의 파생어가 생겨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우리의 언어 현실에서는 사실 외래어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외래어 표기 규범과 충돌된다. 자연히, 표기할 때는 부드러운 예사소리로, 발음할 때는 익숙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글 쓸 때는 ‘버스, 가스’, 말할 때는 ‘[뻐스], [까스]’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독한 ‘빼갈’ 마실 때는 된소리로 말하고, 사전을 찾을 때는 ‘배갈’을 찾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아예 예사소리로 발음하면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뒷배가 든든한 사람을 가리켜 ‘빽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냥 멍해진다.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거나 미리 잡은 일정이 취소됐을 때 또 낙제 학점이 나왔을 때, [빵꾸]가 났다고들 하는데, 길거리의 정비공장에는 ‘빵구’라고 씌어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는 대개 ‘펑크’라고 표기된다. 세 가지의 변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사용되는 외래어를 엄격한 표기 규범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를 쓰면 쓸수록 규정의 이상과 언어의 현실 사이의 틈만 벌어진다. 이렇게 통속적 경로로 들어온 외래어는 규정에 ‘관습적 형태’라고 해서 따로 인정해주는 편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표준어 관리자도, 언어 사용자들도 편해진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29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7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2686
2534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415
2533 외래어의 된소리 표기 바람의종 2012.05.11 11462
»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258
2531 외래어에서 무성 파열음 표기 바람의종 2010.01.18 10838
2530 외래어란? 바람의종 2008.09.03 6957
2529 외래어 합성어 적기 1 바람의종 2012.12.12 20431
2528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바람의종 2011.12.04 10249
2527 외래어 받침 표기법 바람의종 2012.05.07 16283
2526 외래어 / 외국어 바람의종 2012.02.28 12128
2525 외동이, 외둥이 바람의종 2009.05.09 8588
2524 외국어와 새말 바람의종 2007.10.22 10163
2523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1185
2522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021
2521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1135
2520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125
2519 외곬과 외골수 바람의종 2010.04.13 12942
2518 외곬, 외골수 바람의종 2008.11.18 7795
2517 외곬, 외골수 바람의종 2012.12.03 17822
2516 외골수, 외곬으로, 투성이여서 바람의종 2009.04.30 9382
2515 왠지? 웬지? 바람의종 2010.02.22 9726
2514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224
2513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10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