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49

통속어 활용법

조회 수 10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속어 활용법

오랜 국어 수업과 시험을 통해 우리는 항상 ‘표준어가 늘 옳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표준어가 아닌 방언과 비표준어는 배제의 대상이 된다. 비표준어의 대표는 통속어들이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대개는 통속어를 못난 어휘로 여기지만 사실 표준어 주변에 꽤 유용하게 쓰인다.

간단한 예를 들어 ‘원수’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원수’는 적대적인 상대를 일컫는다. ‘웬수’는 그것의 방언형이다. 그러나 그 쓰임새를 보면 ‘웬수’와 ‘원수’는 분명히 다르다. ‘원수’는 적개심을 가지고 쓰지만 ‘웬수’는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사용한다. 주로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식들이 속을 썩일 때 쓰지 않는가?

음식 중에 ‘아구찜’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아구’는 틀리고 ‘아귀’가 맞다. 아무리 마음먹고 ‘아귀찜’이라고 해도 그 음식의 맛이 당겨오지 않는다. 입맛 돌게 하는 말은 아무리 보아도 ‘아구찜’이다. 아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굶주린 귀신을 일컫는 말로 더 적당하다.

바람직한 다른 예로 ‘힘’의 방언 형태인 ‘심’이 들어간 ‘밥심’의 경우가 있다. ‘심’이 ‘힘’의 방언이지만 언어 현실 속에는 오로지 ‘밥심’만 있다. 그렇기에 ‘입심’, ‘뱃심’하고 하나의 계열처럼 규범 어휘 안으로 받아들였다.

표준어는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용함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그 타당성의 기준을 좀 더 너그럽게 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반듯한 것보다는 풍부하고 다양한 쓰임새가 중요하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규범의 권위도 더 강해진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79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3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370
3256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950
3255 ‘시월’ ‘오뉴월’ 風文 2024.01.20 951
3254 풀어쓰기, 오촌 아재 風文 2022.10.08 952
3253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953
3252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962
3251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962
3250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963
3249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963
3248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963
3247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966
3246 야민정음 風文 2022.01.21 967
3245 바람을 피다? 風文 2024.01.20 968
3244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969
3243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969
3242 ‘도와센터’ ‘몰던카’ 風文 2024.01.16 970
3241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971
324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71
3239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973
3238 ○○노조 風文 2022.12.26 974
3237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974
3236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974
3235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9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