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28 22:49

통속어 활용법

조회 수 17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속어 활용법

오랜 국어 수업과 시험을 통해 우리는 항상 ‘표준어가 늘 옳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 표준어가 아닌 방언과 비표준어는 배제의 대상이 된다. 비표준어의 대표는 통속어들이다. 길거리에서 굴러다니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대개는 통속어를 못난 어휘로 여기지만 사실 표준어 주변에 꽤 유용하게 쓰인다.

간단한 예를 들어 ‘원수’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원수’는 적대적인 상대를 일컫는다. ‘웬수’는 그것의 방언형이다. 그러나 그 쓰임새를 보면 ‘웬수’와 ‘원수’는 분명히 다르다. ‘원수’는 적개심을 가지고 쓰지만 ‘웬수’는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사용한다. 주로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식들이 속을 썩일 때 쓰지 않는가?

음식 중에 ‘아구찜’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아구’는 틀리고 ‘아귀’가 맞다. 아무리 마음먹고 ‘아귀찜’이라고 해도 그 음식의 맛이 당겨오지 않는다. 입맛 돌게 하는 말은 아무리 보아도 ‘아구찜’이다. 아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굶주린 귀신을 일컫는 말로 더 적당하다.

바람직한 다른 예로 ‘힘’의 방언 형태인 ‘심’이 들어간 ‘밥심’의 경우가 있다. ‘심’이 ‘힘’의 방언이지만 언어 현실 속에는 오로지 ‘밥심’만 있다. 그렇기에 ‘입심’, ‘뱃심’하고 하나의 계열처럼 규범 어휘 안으로 받아들였다.

표준어는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용함의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그 타당성의 기준을 좀 더 너그럽게 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반듯한 것보다는 풍부하고 다양한 쓰임새가 중요하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규범의 권위도 더 강해진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65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35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996
3150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751
3149 개양귀비 風文 2023.04.25 1753
3148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757
3147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758
3146 단골 風文 2023.05.22 1758
3145 백열 / 풋닭곰 風文 2020.05.09 1760
3144 지명의 의의 風文 2021.11.15 1760
3143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761
3142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765
3141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風文 2022.11.18 1765
3140 아이 위시 아파트 風文 2023.05.28 1765
3139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768
3138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風文 2022.06.02 1770
3137 너무 風文 2023.04.24 1772
3136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774
3135 언어적 자해 風文 2022.02.06 1775
3134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風文 2022.09.23 1778
3133 지도자의 화법 風文 2022.01.15 1779
3132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781
3131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1784
3130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784
3129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7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