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1.07 23:21

할 말과 못할 말

조회 수 14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 말과 못할 말

문법에 맞는다고 모든 말을 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차마’ 못할 말들이 있다. 내뱉을 때는 후련하겠지만 그 후환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보도매체들은 감성이 담겨 있는 말들을 적절히 순화해 발표하거나 전달할 필요가 있다.

제발 하지 말라고 당부도 위협도 했건만 북한은 또 핵실험을 했다. 충분히 예측되는 격앙된 반응들이 나왔다. 흥분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반응은 댓글이나 길거리 시민들의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럴 때 공공기관과 보도매체들은 대중의 흥분을 토닥이는 것이 더 옳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일반 대중이 판세를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침착한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오히려 먼저 불을 지르고 다니는 형국이다.

그러는 중에 가관은 무슨 ‘참수 작전’이라는 말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기사를 잘 읽어보면 누가 그런 발언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당국 같기도 하고 어느 공직자의 스치는 듯한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일부 매체들은 그것을 거르지 않고 아예 제목으로 뽑아 쓰고 있다.

여러 해 전에 중동에 갔던 어느 청년이 그곳 테러단체에 잡혀 그런 방식으로 살해당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놀랐던가?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방식의 일 처리를 끔찍해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런 내용을 먼저 언론에 털어놓은 것 자체가 실제의 작전이 아닌 말폭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다. 정말로 그런 작전이 있다면 시치미를 떼고 있어야지 이렇게 말을 거르지 않고 마구 해대는 것은 알아서 피하라는 말이거나 내가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분단 70년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말하는 방법조차 잃어버리게 한 것 같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1929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8450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3431
    read more
  4. 사수 / 십이십이

    Date2020.05.17 By風文 Views1392
    Read More
  5.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Date2022.07.07 By風文 Views1393
    Read More
  6. 한소끔과 한 움큼

    Date2023.12.28 By風文 Views1396
    Read More
  7. 혼성어

    Date2022.05.18 By風文 Views1401
    Read More
  8.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Date2022.07.17 By風文 Views1403
    Read More
  9. 오염된 소통

    Date2022.01.12 By風文 Views1407
    Read More
  10.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Date2022.05.26 By風文 Views1407
    Read More
  11.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Date2023.11.10 By風文 Views1408
    Read More
  12. ‘부끄부끄’ ‘쓰담쓰담’

    Date2023.06.02 By風文 Views1410
    Read More
  13. 주권자의 외침

    Date2022.01.13 By風文 Views1411
    Read More
  14. 지식생산, 동의함

    Date2022.07.10 By風文 Views1414
    Read More
  15.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Date2023.06.27 By風文 Views1414
    Read More
  16. '마징가 Z'와 'DMZ'

    Date2023.11.25 By風文 Views1414
    Read More
  17. 지긋이/지그시

    Date2023.09.02 By風文 Views1415
    Read More
  18. 살인 진드기

    Date2020.05.02 By風文 Views1419
    Read More
  19. 외부인과 내부인

    Date2021.10.31 By風文 Views1419
    Read More
  20.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Date2022.12.06 By風文 Views1419
    Read More
  2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Date2022.01.13 By風文 Views1421
    Read More
  22. 노랗다와 달다, 없다

    Date2022.07.29 By風文 Views1425
    Read More
  23.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Date2022.11.18 By風文 Views1425
    Read More
  24. 온나인? 올라인?

    Date2024.03.26 By風文 Views1427
    Read More
  25.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Date2022.09.14 By風文 Views142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