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2.01 18:54

더(the) 한국말

조회 수 9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더(the) 한국말

누구든지 한국말은 한국말다워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자. 한국말이 외국어다우면 어떨까? 우리 언어를 더 멋있게 만드는 일일까 아니면 망가뜨리는 일일까? 현실에서는 한국말을 마치 외국어인 듯이, 혹은 외국어가 우연히 한국어처럼 들리는 듯한 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처음 나온 와인의 이름은 ‘마주 앉았다’는 의미를 풍기는, 그러나 듣기에 따라 외국어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국세청에서 외국어로 지은 술 이름을 허용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외래어 상표명이 인기를 누리는 상품은 주로 화장품, 음식, 패션, 건강용품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들이’라는 말을 풀어적은 형태, ‘보드랍게’를 변형시킨 이름, ‘참 좋은’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이 주로 미용과 관련하여 사용된다. 또 ‘아리따움’을 알파벳으로 표기하여 마치 라틴어인 듯이, 또 달리 보면 한국어인 듯이 지은 점포명도 있으며, 더 나아가 아파트 이름마저 한국어의 ‘푸르지요’인 듯이, 아니면 마치 이탈리아에서 온 말인 듯이 사용되기도 한다.

외국어식 위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영어의 정관사인 더(the)와 한국어의 비교급을 나타내는 부사인 ‘더’가 중첩된 듯한 표현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어의 부사 같고 또 달리 보면 영어의 정관사 같다. 영어의 ‘더(the)’는 명사의 앞에 붙고, 한국어의 ‘더’는 형용사 혹은 형용사적인 명사 앞에 붙게 되어 있다. 별개의 문법 구조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이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나중에 영어를 배울 때는 혹시 온갖 명사 앞에 무조건 정관사만 붙이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78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20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386
3278 한번, 한 번 / 파란색, 파란 색 바람의종 2010.11.21 12368
3277 한번, 한 번 바람의종 2009.03.26 7595
3276 한뫼-노고산 바람의종 2008.01.30 10206
3275 한목소리, 한 목소리, 한걸음, 한 걸음 바람의종 2010.06.01 13159
3274 한머사니 먹었수다! 바람의종 2009.09.18 7291
3273 한마음 / 한 마음 바람의종 2011.11.27 12990
3272 한량 바람의종 2007.09.12 8282
3271 한라산과 두무산 바람의종 2008.03.04 9337
3270 한눈팔다 바람의종 2007.04.02 12011
3269 한내와 가린내 바람의종 2008.04.05 9101
3268 한나절, 반나절, 한겻 바람의종 2008.11.23 9953
3267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029
3266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152
3265 한글박물관 / 월식 風文 2020.06.09 1506
3264 한글로 번역한다? 바람의종 2009.12.18 9558
3263 한글과 우리말 바람의종 2008.02.19 7131
3262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윤영환 2006.09.04 25850
3261 한글 바람의종 2010.07.19 8534
3260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122
3259 한계와 한도 바람의종 2011.12.30 8347
3258 한거 가 가라! file 바람의종 2009.09.01 6403
3257 한강과 사평 바람의종 2008.06.05 75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