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2.01 18:54

더(the) 한국말

조회 수 9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더(the) 한국말

누구든지 한국말은 한국말다워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자. 한국말이 외국어다우면 어떨까? 우리 언어를 더 멋있게 만드는 일일까 아니면 망가뜨리는 일일까? 현실에서는 한국말을 마치 외국어인 듯이, 혹은 외국어가 우연히 한국어처럼 들리는 듯한 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처음 나온 와인의 이름은 ‘마주 앉았다’는 의미를 풍기는, 그러나 듣기에 따라 외국어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국세청에서 외국어로 지은 술 이름을 허용하지 않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외래어 상표명이 인기를 누리는 상품은 주로 화장품, 음식, 패션, 건강용품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들이’라는 말을 풀어적은 형태, ‘보드랍게’를 변형시킨 이름, ‘참 좋은’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이 주로 미용과 관련하여 사용된다. 또 ‘아리따움’을 알파벳으로 표기하여 마치 라틴어인 듯이, 또 달리 보면 한국어인 듯이 지은 점포명도 있으며, 더 나아가 아파트 이름마저 한국어의 ‘푸르지요’인 듯이, 아니면 마치 이탈리아에서 온 말인 듯이 사용되기도 한다.

외국어식 위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영어의 정관사인 더(the)와 한국어의 비교급을 나타내는 부사인 ‘더’가 중첩된 듯한 표현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어의 부사 같고 또 달리 보면 영어의 정관사 같다. 영어의 ‘더(the)’는 명사의 앞에 붙고, 한국어의 ‘더’는 형용사 혹은 형용사적인 명사 앞에 붙게 되어 있다. 별개의 문법 구조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이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나중에 영어를 배울 때는 혹시 온갖 명사 앞에 무조건 정관사만 붙이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925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578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0681
    read more
  4. 주어 없는 말

    Date2021.11.10 By風文 Views899
    Read More
  5.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Date2022.11.30 By風文 Views899
    Read More
  6. 비판과 막말

    Date2021.09.15 By風文 Views901
    Read More
  7. 울면서 말하기

    Date2023.03.01 By風文 Views902
    Read More
  8.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Date2022.08.23 By風文 Views904
    Read More
  9. 태극 전사들

    Date2022.01.29 By風文 Views906
    Read More
  10.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Date2022.07.31 By風文 Views906
    Read More
  11. 개념의 차이, 문화어

    Date2022.06.13 By風文 Views910
    Read More
  12. 언어의 혁신

    Date2021.10.14 By風文 Views914
    Read More
  13. 더(the) 한국말

    Date2021.12.01 By風文 Views914
    Read More
  14. 법과 도덕

    Date2022.01.25 By風文 Views914
    Read More
  15. 김치 담그셨어요?

    Date2024.02.08 By風文 Views915
    Read More
  16.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Date2022.08.28 By風文 Views917
    Read More
  17. 왕의 화병

    Date2023.11.09 By風文 Views920
    Read More
  18. 가던 길 그냥 가든가

    Date2024.02.21 By風文 Views921
    Read More
  19. 호언장담

    Date2022.05.09 By風文 Views925
    Read More
  20. 뒷담화

    Date2020.05.03 By風文 Views926
    Read More
  21. ‘시월’ ‘오뉴월’

    Date2024.01.20 By風文 Views929
    Read More
  22. 갑질

    Date2024.03.27 By風文 Views929
    Read More
  23. 야민정음

    Date2022.01.21 By風文 Views930
    Read More
  24. 있다가, 이따가

    Date2024.01.03 By風文 Views931
    Read More
  25. 혼성어

    Date2022.05.18 By風文 Views93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