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1.02 15:52

평등을 향하여

조회 수 12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평등을 향하여

우리 표준어 총칙에 ‘현대’라고 하는 조건이 달려 있는 것은 전근대적인 가치가 반영된 어휘나 표현을 경계하고 현대적인 ‘시민사회의 기준’을 바탕으로 언어생활을 꾸려 나가려는 이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회가 계속 발전하면서 언어에도 더 혁신해야 할 부분이 새로이 나타나게 되었다.

예를 든다면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양성평등의 이념을 꼽을 수 있다. 당연히 그 이념은 여러 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전통적인 언어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표현이 그리 세련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세대는 전통적 표현보다는 ‘와이프’, ‘맘’, ‘키즈’ 하면서 좀 더 색다른 감각을 반영하려는 듯한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우리의 오래된 어휘도 좀 더 손질하여 후세들이 쓰기에 거부감이 덜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로부터 일가붙이를 일컫는 말은 크게 친가, 외가, 처가로 나뉘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성 중심의 표현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다면 친가와 외가에다가 ‘시댁’이란 말이 들어갈 것이다. 오로지 남편의 친가, 즉 시부모의 가족에게는 ‘-댁’이라는 한 수 높은 칭호가 따른다. 종종 ‘외가댁’이니 ‘처가댁’이니 하는 말을 쓰는 사람도 일부 있기는 하다.

우리가 앞으로의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일단 주어진 현실 속에서 가장 예민한 ‘혁신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양성평등의 원칙을 언어에서만이라도 하나하나 관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친족을 일컫는 표현에서 ‘-댁’이라는 접사를 붙여가며 친족 표현의 비대칭을 만들 필요는 없다. 모두 ‘친가, 외가, 처가, 시가’라고 일컫는 방식이 미래를 살아갈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은가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25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77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817
3124 팔자 바람의종 2007.09.08 8768
3123 폐하 바람의종 2007.09.09 9813
3122 푼수 바람의종 2007.09.10 11366
3121 한량 바람의종 2007.09.12 8265
3120 한성 바람의종 2007.09.18 10991
3119 한약 한 제 바람의종 2007.09.19 10888
3118 합하 바람의종 2007.09.20 8163
3117 행각 바람의종 2007.09.21 8035
3116 바람의종 2007.09.22 8907
3115 ‘김치’와 ‘지’ 바람의종 2007.09.22 6827
3114 형극 바람의종 2007.09.23 12229
3113 기다 아니다 바람의종 2007.09.23 14525
3112 호구 바람의종 2007.09.26 11157
3111 언어의 가짓수 바람의종 2007.09.26 12458
3110 호구 바람의종 2007.09.28 8168
3109 상일꾼·큰머슴 바람의종 2007.09.28 12298
3108 호남 바람의종 2007.09.29 8834
3107 ‘기쁘다’와 ‘즐겁다’ 바람의종 2007.09.29 11964
3106 홍일점 바람의종 2007.10.05 10629
3105 고려에 넣어? 바람의종 2007.10.05 7983
3104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099
3103 언어 분류 바람의종 2007.10.06 129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