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4 20:17

재판받는 한글

조회 수 10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재판받는 한글

한글이 재판을 받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한글을 우리의 고유한 글자로 정의한 ‘국어기본법’의 조항이 위헌 소송을 당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가 사용해온 한자도 우리의 글자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제약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근거한 소송이다. 한자도 우리의 문자라면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있다. 한자의 ‘규범’을 우리가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논쟁적인 한자음을 토론할 때에는 주로 중국 청나라 때의 ‘강희자전’ 같은 문헌에서 논거를 찾아 왔다. 우리가 한자의 한 점, 한 획을 우리에게 편리하게 고치지 못해 왔다. 한번도 우리 글자라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어기본법은 한글을 쓰든 한자를 쓰든 모든 개인의 사사로운 문자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오로지 ‘공공기관의 공문서’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문자 사용을 규제하고 제약을 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널리 편하게 사용하는 문자를 쓰도록 함으로써 보편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필요에 따라’ 괄호 속에 한자나 그 밖의 문자까지 넣을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것이 왜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제약하는 조항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률 가운데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조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지 문맹만 벗어나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문서에 접근하고 누릴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랜 세월 한자를 사용해온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우리의 언어는 한자와 몹시 불편한 관계를 가져왔다. 그래서 한글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를 활성화시켜 교육과 문화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것이 국어기본법의 목적이다. 헌법재판소가 상식에 근거해서 국민의 행복한 소통의 권리를 늘 든든하게 지켜주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729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868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10/03/24 by 바람의종
    Views 16316 

    쟁이와 장이

  5. No Image 09Jul
    by 바람의종
    2010/07/09 by 바람의종
    Views 14850 

    쟁이, 장이

  6. No Image 25Jul
    by 바람의종
    2010/07/25 by 바람의종
    Views 11226 

    잿밥과 젯밥

  7.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1023 

    재판받는 한글

  8.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9998 

    재원(才媛), 향년

  9. No Image 15Aug
    by 바람의종
    2007/08/15 by 바람의종
    Views 7766 

    재야

  10.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10/05/30 by 바람의종
    Views 8679 

    재미

  11. No Image 20Jun
    by 바람의종
    2010/06/20 by 바람의종
    Views 11655 

    재료, 원료

  12. No Image 25Apr
    by 바람의종
    2010/04/25 by 바람의종
    Views 16682 

    재다, 메우다, 메기다

  13.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09/11/03 by 바람의종
    Views 7900 

    재기 옵소예!

  14.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08/02/25 by 바람의종
    Views 7234 

    재개비

  15. No Image 07Feb
    by 바람의종
    2009/02/07 by 바람의종
    Views 10977 

    재(齋)/제(祭)

  16. No Image 10Feb
    by 바람의종
    2009/02/10 by 바람의종
    Views 10915 

    장진, 장전

  17. No Image 07May
    by 바람의종
    2010/05/07 by 바람의종
    Views 11260 

    장애의 올바른 용어

  18. No Image 03Aug
    by 바람의종
    2009/08/03 by 바람의종
    Views 9445 

    장애, 장해

  19. No Image 15Aug
    by 바람의종
    2007/08/15 by 바람의종
    Views 9298 

    장안

  20. No Image 28Feb
    by 바람의종
    2010/02/28 by 바람의종
    Views 9757 

    장수와 장사

  21. No Image 29Jan
    by 바람의종
    2008/01/29 by 바람의종
    Views 10220 

    장사진을 치다

  22.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8/06/11 by 바람의종
    Views 9970 

    장사 잘돼?

  23. No Image 14Aug
    by 바람의종
    2007/08/14 by 바람의종
    Views 8630 

    장본인

  24.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8/05/29 by 바람의종
    Views 8762 

    장보고·논복

  25. No Image 22Feb
    by 바람의종
    2009/02/22 by 바람의종
    Views 13197 

    장마비, 장맛비 / 해님, 햇님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