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4 20:17

재판받는 한글

조회 수 7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재판받는 한글

한글이 재판을 받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한글을 우리의 고유한 글자로 정의한 ‘국어기본법’의 조항이 위헌 소송을 당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가 사용해온 한자도 우리의 글자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제약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근거한 소송이다. 한자도 우리의 문자라면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있다. 한자의 ‘규범’을 우리가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논쟁적인 한자음을 토론할 때에는 주로 중국 청나라 때의 ‘강희자전’ 같은 문헌에서 논거를 찾아 왔다. 우리가 한자의 한 점, 한 획을 우리에게 편리하게 고치지 못해 왔다. 한번도 우리 글자라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어기본법은 한글을 쓰든 한자를 쓰든 모든 개인의 사사로운 문자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오로지 ‘공공기관의 공문서’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문자 사용을 규제하고 제약을 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널리 편하게 사용하는 문자를 쓰도록 함으로써 보편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필요에 따라’ 괄호 속에 한자나 그 밖의 문자까지 넣을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것이 왜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제약하는 조항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률 가운데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조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지 문맹만 벗어나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문서에 접근하고 누릴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랜 세월 한자를 사용해온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우리의 언어는 한자와 몹시 불편한 관계를 가져왔다. 그래서 한글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를 활성화시켜 교육과 문화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것이 국어기본법의 목적이다. 헌법재판소가 상식에 근거해서 국민의 행복한 소통의 권리를 늘 든든하게 지켜주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9943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150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2Jan
    by 風文
    2022/01/12 by 風文
    Views 983 

    자백과 고백

  5.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983 

    과잉 수정

  6. No Image 05Jul
    by 風文
    2022/07/05 by 風文
    Views 984 

    우방과 동맹, 손주

  7. No Image 11Jul
    by 風文
    2022/07/11 by 風文
    Views 986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8.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987 

    날씨와 인사

  9. No Image 20Nov
    by 風文
    2023/11/20 by 風文
    Views 987 

    ‘가오’와 ‘간지’

  10. No Image 17Jul
    by 風文
    2022/07/17 by 風文
    Views 989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11.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990 

    “영수증 받으실게요”

  12. No Image 09Nov
    by 風文
    2022/11/09 by 風文
    Views 992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13. No Image 22Nov
    by 風文
    2023/11/22 by 風文
    Views 992 

    '밖에'의 띄어쓰기

  14. No Image 13Oct
    by 風文
    2022/10/13 by 風文
    Views 994 

    정치와 은유(2, 3)

  15. No Image 07Sep
    by 風文
    2022/09/07 by 風文
    Views 995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16. No Image 26Oct
    by 風文
    2022/10/26 by 風文
    Views 996 

    “힘 빼”, 작은, 하찮은

  17. No Image 19Jun
    by 風文
    2023/06/19 by 風文
    Views 997 

    수능 국어영역

  18. No Image 09Jan
    by 風文
    2024/01/09 by 風文
    Views 997 

    헷갈리는 맞춤법

  19. No Image 08Oct
    by 風文
    2023/10/08 by 風文
    Views 998 

    아니오 / 아니요

  20. No Image 16Sep
    by 風文
    2022/09/16 by 風文
    Views 999 

    그림과 말, 어이, 택배!

  21. No Image 10Jun
    by 風文
    2022/06/10 by 風文
    Views 1000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22.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1001 

    난민과 탈북자

  23. No Image 15Nov
    by 風文
    2021/11/15 by 風文
    Views 1001 

    유신의 추억

  24. No Image 09Jan
    by 風文
    2024/01/09 by 風文
    Views 1002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25. No Image 26May
    by 風文
    2023/05/26 by 風文
    Views 1004 

    ‘이’와 ‘히’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