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3 19:25

고령화와 언어

조회 수 8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령화와 언어

기대 수명이 날로 늘어나면서 장수보다 건강 수명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이다. 보건, 복지, 의료 등이 주로 고령화 문제로 고민하고 교육, 경제 등에도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어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노인들이 말 때문에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 기관에 가도 안내하는 ‘젊은 분’들의 말이 너무 빠르다. 미안하게도 자꾸 되묻게 된다. 특히 거대한 종합병원 같은 곳에서는 늘 어리둥절하게 마련이다. 날이 갈수록 ‘주변화’되고 있다는 느낌, 바로 그것이 노인들의 소외감일 것이다. 그러다가 동네 병원에 가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톱니바퀴처럼 숨쉴 겨를도 없는 조직 체계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마음 편한 환경을 찾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신조어나 특이한 약어에도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새로운 외래어가 지독히 낯선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그런 언어를 탓하기도 쉽지는 않다. 노인의 언어가 ‘고령자방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대간의 소통 장애’는 다가온 것이다.

나이든 세대의 언어를 젊은 세대가 열심히 배우기만 하면 됐던 시기는 이미 저물었다. 노인의 말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노인들이 젊은 언어를 배울 기회는 없다. 세대간 소통 장애는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방치하면 점점 더 벌어진다. 늙어도 또 배울 수 있는 기회, 그래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도 있는, 또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왜 매사에 이러저러한 반응만 보이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지속가능한 소통 체계’에 대해 더 늦기 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젊은이들도 점점 늙어간다. 사실 ‘살아간다’는 말과 ‘죽어간다’는 말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반대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의미는 똑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309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6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643
3260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310
3259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311
3258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312
3257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314
3256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314
3255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315
3254 김 여사 風文 2023.05.31 1315
3253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316
3252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317
3251 순직 風文 2022.02.01 1318
3250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319
3249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320
3248 세계어 배우기 風文 2022.05.11 1321
3247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323
3246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323
3245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1325
3244 정보와 담론, 덕담 風文 2022.06.15 1329
3243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329
3242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331
3241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332
3240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335
3239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33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