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6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2차대전 중에 열대 밀림 한복판에 있던 일본군의 포로수용소에는 늘 짙은 어둠이 가득했습니다. 전기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지독한 무더위와 살인적인 배고픔 때문에 포로들의 얼굴에는 이미 검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량이 거의 공급되지 않았던 수용소에서 쥐를 잡아먹었다면 큰 행운이라고 부러움을 받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수용소 안에 먹을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인으로 가방 깊숙한 곳에 양초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절친한 단 한 명의 포로에게 그 양초가 가장 위급할 때 중요한 식량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친구에게도 꼭 나눠주리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 고백을 들은 포로는 그 뒤부터 혹 친구가 양초를 혼자 다 먹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밤마다 가방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 한 포로가 서글픈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군. 내년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낼 수 있었으면......
  그러나 배고픔에 지친 포로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밤, 양초가 든 가방을 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그 포로는 친구가 부시시 일어나 조심스럽게 가방 속에서 양초를 꺼내들자 친구가 자기 혼자만 양초를 먹으려는 줄 알고 놀라서 숨을 죽이고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양초를 꺼내 판자 위에 올려 놓고 숨겨 놓았던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오두막 안이 환해졌습니다. 포로들은 작고 약한 불빛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난 뒤 하나둘 촛불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촛불은 포로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은 없습니다."
  촛불은 활활 타올라 점점 커져서 포로들의 마음까지 비추는 듯했습니다.
  "우리 내년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집에서 보내자구."
  누군가 또 이렇게 말하자 포로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서로의 소원을 얘기했습니다. 그 날 그렇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던 포로들은 아무도 배가 고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갖지만, 희망은 언제나 실망과 맞붙어 있는 것이어서 실망하게 되면 풀이 죽고 만다. 희망을 질러 나아가고, 잃지 않게 하는 것은 굳센 용기뿐이다. (양계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450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703
2502 맛난 만남 風文 2014.08.12 7699
2501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윤안젤로 2013.03.23 7697
2500 멈출 수 없는 이유 바람의종 2008.10.25 7695
2499 작은 것에서부터 바람의종 2012.07.30 7694
2498 「웃는 동물이 오래 산다」(시인 신달자) 바람의종 2009.05.15 7690
2497 다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다 바람의종 2012.11.14 7687
2496 사람은 '일회용'이 아니다 바람의종 2012.06.19 7685
2495 물음표와 느낌표 바람의종 2008.07.21 7683
2494 질투와 시기심의 차이 風文 2015.04.28 7681
2493 충고와 조언 바람의종 2013.01.04 7676
2492 오해 윤안젤로 2013.03.13 7672
2491 폭풍우 치는 날에도 편히 잠자는 사나이 바람의종 2012.12.04 7669
2490 유유상종(類類相從) 風文 2015.06.07 7668
2489 희망이란 바람의종 2010.08.03 7667
2488 허물 風文 2014.12.02 7667
2487 그 시절 내게 용기를 준 사람 바람의종 2008.06.24 7666
2486 슬픔의 다음 단계 윤안젤로 2013.03.07 7659
2485 하느님의 사랑, 우리의 사랑 - 도종환 (80) 바람의종 2008.10.13 7658
2484 아이들의 '몸말' 風文 2016.12.13 7658
2483 친구인가, 아닌가 바람의종 2008.11.11 7657
2482 할매의 봄날 風文 2015.04.27 7655
2481 도덕적인 것 이상의 목표 바람의종 2012.06.18 7654
2480 시간은 반드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08.04.29 7650
2479 설거지 할 시간 風文 2014.12.01 7645
2478 「세상에 없는 범죄학 강의」(시인 최치언) 바람의종 2009.07.08 76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