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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13:46

언어적 주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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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주도력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정치권 한구석에서 “우리도 핵무장을…” 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해를 하자면 핵의 필요를 말했다기보다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 사정으로는 독자적인 핵개발은 어림도 없는 모양이다. 그런 것을 모르고 한 말도 아닐 것이고 알면서도 했다면 또 딴 의도가 있는 말이 아닌가 한다.

핵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독일의 나치스는 로켓을 개발하여 런던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무기의 질’로는 훨씬 우월했으나 진보와 해방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였다. 일본제국의 무기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와 사회 제도가 남들에게 모범이 되지는 못했다.

살상력보다 더 중요한 무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새로운 가치나 태도다. 그것을 주도하는 새로운 주장과 요구는 늘 더 큰 역할을 해왔다. 영국은 노예장사로 돈을 실컷 벌고 나서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눈치 없이 노예무역에 집중했던 포르투갈이나 아랍은 삽시간에 밀려났다. 식민지로 이익을 충분히 본 세력들이 식민지 해방을 지지해서 후발 식민주의 세력을 몰락시켰고, 공화정과 민주주의를 선행학습한 집단이 왕정사회를 미개사회로 규정하고 흔들어댔다.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떠한 가치 지향으로 끌어내느냐 하는 문제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과 경외심을 얻어낸 제도와 공동체가 최고의 무기가 되곤 했다.

우리가 더 고급 기술과 첨단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역사를 진보시키는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큰 가치와 효과가 있다. 핵개발보다 돈도 덜 들고 효과도 높으며 문화 수준도 높이는 고도의 능력이다. 그러한 능력도 없이 핵무기만 가지면 세계가 무서워하는 강대국이 될 줄 알고 덤비다가는 오히려 자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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