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13 13:40

악담의 악순환

조회 수 6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담의 악순환

남과 북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짜증과 감정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작은 분노가 엄청난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그런 식으로 터졌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분노의 폭발보다 상황의 안전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 화날 때마다 화내고, 짜증날 때마다 흥분하는 짓은 사춘기로 끝을 내야 성인이 된다.

언어는 착한 구실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남들에게 악담이나 험담을 할 때는 거의 흉기나 다름없다. 남한테 모진 말을 하면 거꾸로 자신에게도 안 좋은 말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 있는 사람들은 못마땅한 일이 있거나 속이 끓는 일이 있어도 험한 말을 삼가고 마음을 조용히 삭인다.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체의 판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갈등을 이용하여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싶을 때는 상대방을 약 올리고 싶어진다. 약이 오른 사람들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약이 올라도 약이 안 오른 척한다. 그래야 약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제풀에 주저앉는다.

수가 낮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약을 올리면 펄펄 뛰면서 흥분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같이 욕해 주는 사람의 편을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태를 그르치고 손해를 뒤집어쓴다. 결국은 같이 상대방을 욕하면서 자신을 흥분시킨, 그래서 자신이 편들었던 사람한테까지 이용당하기 쉽게 된다.

말을 순하게, 착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고루한 도덕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악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결국은 약을 올린 사람만이 이익을 보고 약올라했던 사람들은 이용만 당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태를 경계하는 교훈이다. 남과 북의 갈등은 그렇기 때문에 흥분 상태에서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깊은 계산을 하면서 조심조심 다가서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전략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6519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810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2Feb
    by 바람의종
    2009/02/22 by 바람의종
    Views 6697 

    악플

  5.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07/05/17 by 바람의종
    Views 10109 

    악착같다

  6. No Image 25May
    by 바람의종
    2009/05/25 by 바람의종
    Views 6008 

    악발이

  7. No Image 25Feb
    by 바람의종
    2008/02/25 by 바람의종
    Views 10073 

    악바리

  8. No Image 22Jan
    by 바람의종
    2008/01/22 by 바람의종
    Views 10114 

    악머구리 끓듯 한다

  9.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696 

    악담의 악순환

  10. No Image 02Feb
    by 바람의종
    2008/02/02 by 바람의종
    Views 8879 

    아프리카의 언어들

  11. No Image 26Jul
    by 바람의종
    2009/07/26 by 바람의종
    Views 8245 

    아파트이름

  12. No Image 19Aug
    by 바람의종
    2010/08/19 by 바람의종
    Views 15293 

    아파, 아퍼

  13. No Image 21Jan
    by 바람의종
    2008/01/21 by 바람의종
    Views 13318 

    아퀴를 짓다

  14. No Image 31May
    by 風文
    2020/05/31 by 風文
    Views 1367 

    아카시아 1, 2

  15. No Image 07Jul
    by 바람의종
    2009/07/07 by 바람의종
    Views 10579 

    아지랑이, 아지랭이

  16. No Image 30Jan
    by 風文
    2022/01/30 by 風文
    Views 1141 

    아줌마들

  17.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8/03/25 by 바람의종
    Views 12017 

    아줌마·아지매

  18.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10/05/09 by 바람의종
    Views 10354 

    아줌마

  19.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979 

    아주버님, 처남댁

  20.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10/05/08 by 바람의종
    Views 9856 

    아저씨

  21. No Image 06Aug
    by 바람의종
    2009/08/06 by 바람의종
    Views 9589 

    아이스께끼

  22. No Image 17Sep
    by 風文
    2022/09/17 by 風文
    Views 837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23.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08/04/30 by 바람의종
    Views 6210 

    아이들밖에 없다 (밖에)

  24. No Image 05Aug
    by 바람의종
    2009/08/05 by 바람의종
    Views 8113 

    아이구, 아이쿠, 에그머니, 아이구머니

  25. No Image 28May
    by 風文
    2023/05/28 by 風文
    Views 1401 

    아이 위시 아파트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