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07 23:05

또 다른 공용어

조회 수 6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또 다른 공용어

지난 연말,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느니 마니 하던 순간에 우리 언어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 후다닥 지나갔다. ‘언어수화법’이 통과된 것이다. 수화란 말을 못 듣는 장애인들을 위해 손짓으로 대신하는 의사전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언어와 그 체계와 기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것은 ‘언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비상수단’으로만 인식되었다. 교육하고 널리 보급해야 할 언어로 보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화를 ‘장애인 전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장애인에게도 수화는 매우 유용하다. 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없을 때, 방독면을 쓰고 있을 때, 침묵 속에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물속에서 잠수나 자맥질을 할 때, 소리가 닿지 않는 먼 곳에 신호를 보낼 때, 또 반대로 너무 시끄러운 데서 말할 때 등은 수화 역시 하나의 자연언어로서 ‘기본적인 소통 수단’임을 재인식하게 된다.

수화가 이제 법적인 공용어가 됨으로써 우리는 ‘한국어’와 ‘한국수화언어(수어)’ 두 가지의 공용어를 지니게 되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그리 이르지도 않다. 이미 130여 개국에서 수화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좀 더 정성 들인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한다.

수화는 이젠 국어 시간에, 혹은 이에 준하는 수업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수화 통역사도 더 양성해야 한다. 수화의 약점이 전화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다양한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영역에도 편의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하나의 공용어보다 두 개의 공용어를 가지려면 그만큼 더 바빠야 하고 더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소리로 내는 말을 듣지 못하는 27만여 이웃들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지고 더 넉넉한 자기 몫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우리 모두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14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50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761
1166 뚱딴지같다 바람의종 2008.01.05 6815
1165 뚱딴지 바람의종 2008.02.02 8038
1164 똥금이 바람의종 2009.05.01 6604
1163 똔똔 / 도긴 개긴 바람의종 2012.07.13 15557
1162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744
» 또 다른 공용어 風文 2021.09.07 646
1160 뗑깡 바람의종 2008.02.10 6612
1159 떼어논 당상 바람의종 2008.01.04 10439
1158 떼부자 바람의종 2007.10.08 11442
1157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913
1156 떼기, 뙈기 바람의종 2008.11.02 6948
1155 떨려나다 바람의종 2008.01.11 8809
1154 떡해먹을 집안이다 바람의종 2008.01.04 8267
1153 떡볶이 / 떡볶기, 손톱깎이 / 손톱깍기 바람의종 2010.02.21 11022
1152 떡값 바람의종 2008.05.03 6670
1151 떠벌리다/떠벌이다 바람의종 2009.03.17 10666
1150 떠구지 file 바람의종 2010.01.06 9162
1149 땡잡다 바람의종 2008.02.23 6807
1148 땜빵 바람의종 2009.11.29 21301
1147 딸리다, 달리다 바람의종 2009.02.19 8932
1146 딴죽걸다 바람의종 2008.01.03 9326
1145 딴죽, 딴지 / 부비디, 비비다 바람의종 2009.03.29 105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