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9.05 19:22

또 다른 이름

조회 수 10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또 다른 이름

사람에겐 매우 다양한 이름이 있다. 본명, 별명, 아호, 필명, 예명 그리고 인터넷망의 아이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산다. 이런 이름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본명과 별명이다. 나머지는 사람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공적인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본명은 명명자인 부모의 꿈이 담겨 있어서 어느 정도 과장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이의 이름에 현명할 현(賢)자가, 천하의 겁쟁이 이름에 용감할 용(勇)자가 들어가기도 한다. 반면에 별명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본인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사람의 별명을 보면 그의 됨됨이를 눈치챌 수 있다. 종종 ‘구두쇠’나 ‘대쪽’, ‘책버러지’ 같은 별명은 해석하기에 따라 칭찬 못지않은 별명이 되기도 한다.

선생님들 가운데 초등학교와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별명이 별로 없다. 초등학생은 선생님을 어려워하기 때문이요, 대학생들은 교수들한테 별로 인간적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대개 짓궂은 별명을 얻는다. 사제관계가 가장 끈끈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선생님은 그 엄격함 때문에, 다정한 선생님은 그 다정함 때문에 별명이 생긴다.

별명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른바 브랜드 네임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다. 상표명하고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누가 이름을 짓든지 남들이 기꺼이 호응해 주어야 하는 관계에서 성취되는 명명이다. 그래서 그 이름의 음성과 의미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가치가 살아난다.

혼자 지은 멋 부리는 이름은 자칫 허황되게 들리기 쉽다. 자신의 바람과 꿈도 있어야겠지만, 자신과 끈끈한 관계의 남들의 현실 인식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이름이어야 한다. 책임자가 갈릴 때마다 바꿀 이름이라면 그런 이름 짓느라 고생하며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43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09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842
114 아줌마들 風文 2022.01.30 1458
113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457
112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457
111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1455
110 말과 상거래 風文 2022.05.20 1451
109 어떤 반성문 風文 2023.12.20 1449
108 소통과 삐딱함 風文 2021.10.30 1448
107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447
106 경평 축구, 말과 동작 風文 2022.06.01 1447
105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1447
104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1444
103 영어의 힘 風文 2022.05.12 1438
102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37
101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1437
100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1436
99 성인의 외국어 학습, 촌철살인 風文 2022.06.19 1435
98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434
9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1433
96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1431
95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1431
94 북혐 프레임, 인사시키기 風文 2022.05.30 1431
93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14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