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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4. 다르게 끈질기게 파고들어라 - 시추 경영

     아이디어도 끈기다

  기술개발에 있어서도 포도밭의 철학은 유효하다. 무조건 돈만 쏟아 붓는다고 기술축적이 착착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터져주어야 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아주 순간적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명멸하는 아이디어들을 민첩하게 포착해서 실용적인 기술개발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란 신의계시처럼 순간적이고 우연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대학시절 종교철학과에 적을 두었던 나는 사실 학교공부에 젬병이었고 관심도 없었다. 졸업하기도 훨씬 전부터 나는 이미 5급 공무원이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시절 어떤 철학책에서 읽었던 철학 이론 하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양질전화의 원리'란 것이다. 예컨대, 물을 가열하면 점차로 뜨거워지지만 물이 끓는 것은 정확히 100도씨가 되어야 한다. 양적인 것들이 충분히 쌓여야 어느 한 순간의 질적인 변화도 생긴다는 논리다. 아이디어란 그런 것이다.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영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특히 기술개발로 먹고사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들은 크나큰 위로가 된다. 힘든 연구일수록 점차 지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이게 뭣하는 짓인가'하는 회의가 자꾸 고개를 쳐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낙관이다. '1프로의 영감이 터질 때가 다 되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다시 분발하는 것이다.

  진정한 창의력이란,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내부로부터 차츰 성장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떡두꺼비처럼 '응애'하면서 튀어나오는 신생아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담들은 극적으로 미화되게 마련이어서 언제나 그 반대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말이다. 사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자주 들으면서도 재미없는 이야기가 또 있겠는가. 그러나 "바라는 바를 항상 머릿속에 간절히 그리고 깊이 믿고, 열의를 다해 행동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폴 마이어의 성공철학은 분명한 진리다. "아이디어도 끈기라고. 조금만 더 고생해." 내가 연구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들을 만날 때마다 등 두드리며 하는 말이다.

  나는 군대시절 육군본부 통계과에서 근무했다. 마침 경제기획원 통계국에서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러 잠시 도안 경제기획원에 파견 나간 적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보았다. 전자식이라기보다는 기계식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은 매우 거대하고 시끄러운 컴퓨터였다. 원체 호기심이 강한 나로서는 컴퓨터가 그리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일 수 없었다. 우리는 수집한 각종 자료들을 그 컴퓨터를 이용해 집계하고 분류했다. 하나의 레코드는 하나의 종이카드에 펀칭함로써 기록되고, 컴퓨터는 검색조건에 따라 정밀한 갈고리를 이용해서 카드를 걸러낸다. 각각 한 사람의 인구정보를 담고 있는 수많은 종이카드들이 줄을 맞춰 지나가면 컴퓨터는 해당조건에 맞게 갈고리들을 세팅해서 거기에 걸리는 카드 수를 집계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순차적인 동작과 움직이는 방식은 같다. 매순간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정보와 착상들은 차마 집계하고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갈고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우둔한 끈기와 정확한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는 긴장, 그리고 그 긴장상태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힘. 하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수백, 수천 시간의 우직함이다. 아이디어도 끈기인 것이다. 진정한 창의력이란,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내부로부터 차츰 성장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떡두꺼비처럼 '응애'하면서 튀어나오는 신생아 같은 것이다. 우둔한 끈기가 정확한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는 긴장. 그리고 그 긴장상태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힘. 하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수백, 수천 시간의 우직함이다. 아이디어도 끈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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