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7.18 17:53

배려의 미덕

조회 수 15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배려의 미덕

  서울의 잠실구장에서는 롯데와 빙그레간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배팅볼 투수로써 연봉 600 만 원을 받고 있는 롯데의 무명투수 윤형배 선수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었고 이 날도 3 회까지 무안타로 잘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 회말 빙그레의 공격이 시작되자 이정훈에게 첫 안타를 내주고 결국 무사 만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최대의 거포 장종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자, 롯데 강병철 감독은 투수 코치 이충순에게 박동희 투수의 컨디션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박동희 투수의 컨디션 OK의 사인을 받고 이충순 코치는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윤형배를 향하여 걸어갔습니다.

  "바꾸러 올라왔다."
  "공 놓는 포인트가 좋습니다. 5 회까지만 기회를 주십시오. 승리투수만 되면 MVP인데 아깝지 않습니까? 1실점이지만 이제 겨우 1안타입니다."

  포수 김선일이 달려와 이충순 코치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했습니다. 이충순 코치는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윤형배를 차마 바꿀 수 없어 마운드를 힘없이 내려왔습니다.

  "왜 안 바꿔!"

  강병철 감독의 고함이 터져나오자 이충순 코치는 덕아웃으로 가서 그의 팔을 잡으며 조금만 두고 보자고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그의 짧은 웃음은 절대절명의 위기와 감독의 지시, 그리고 윤형배에 대한 인간적 배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인간의 순수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타자를 땅볼 처리하고 2사 1, 2루가 되자 다시 이충순 코치는 마운드로 올라갔습니다.

  "미안하다."

  공을 건네 주고 윤형배는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코칭 스태프, 동료들이 그를 위로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롯데가 이기고 8 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한 기자가 윤형배 투수에게 물었습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그때는 매우 서운했습니다. 그러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기분 좋을 뿐입니다."

  아무리 비정한 승부세계, 아무리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도 인간적인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롯데의 진정한 우승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0019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9331
2452 매뉴얼 風文 2015.01.14 7536
2451 그 아이는 외로울 것이며... 風文 2014.12.30 7523
2450 역설의 진리 - 도종환 바람의종 2008.07.21 7521
2449 「비명 소리」(시인 길상호) 바람의종 2009.07.15 7521
2448 "너. 정말 힘들었구나..." 바람의종 2012.02.16 7521
2447 '내 일'을 하라 바람의종 2012.08.14 7512
2446 아프리카 두더지 風文 2014.12.16 7512
2445 '살림'의 지혜! 윤영환 2013.03.13 7505
2444 눈은 마음의 창 바람의종 2007.09.06 7503
2443 잠들기 전에 바람의종 2009.04.25 7502
2442 사랑에 이유를 달지 말라 風文 2014.12.25 7493
2441 사람 앞에 서는 연습 바람의종 2012.10.30 7487
2440 내가 나를 인정하기 風文 2014.12.07 7479
2439 백만장자로 태어나 거지로 죽다 바람의종 2008.10.31 7478
2438 천애 고아 바람의종 2009.02.13 7477
2437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의종 2011.11.03 7475
2436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세 가지 바람의종 2012.06.12 7469
2435 지구의 건강 바람의종 2012.05.30 7468
2434 태교 윤영환 2011.08.09 7463
2433 「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바람의종 2009.06.26 7460
2432 '명품 사람' 風文 2015.04.28 7460
2431 우주의 제1법칙 바람의종 2011.10.27 7454
2430 다시 오는 봄 風文 2014.12.25 7454
2429 "너는 특별하다" 바람의종 2010.07.31 7452
2428 살이 찌는 이유 風文 2014.12.08 74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