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27. 판단

  <판단은 틀지워진 마음 상태에서 나오는 것. 마음은 늘 판단하려 한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위험스럽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용기있고 배짱 있으라. 성장을 멈추지 말라. 순간순간을 살며 흘러라>

  노자. 아주 오래 산 사람. 노자 시대의 일이다. 한 마을에 노인이 살았는데, 무척 가난하였다. 한데 노인에게는 멋진 백마 한 마리가 있어서 왕들까지도 그를 탐하였다. 왕들은 엄청난 값을 주고 그 말을 사려하였지만 그때마다 노인은 말하기를,

  <이 말은 내겐 말이 아니랍니다. 사람이지요. 사람을 어찌 돈으로 사겠다 하시는지요?>

  노인은 가난했지만 결코 말을 팔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노인은 자신의 말이 마굿간에 없음을 발견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은 참 어리석소! 언젠간 말을 도둑맞을 줄 알았다니깐. 일찌감치 비싼 값에 팔아 치웠어야 하는 건데. 쯧쯧 이런 원통할 노릇이 다 있나>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말이 마굿간에 없다는 것뿐인데. 그뿐, 그대들이 하는 얘기는 모수 판단에 지나지 않어. 말이 아굿간에 없는 게 원통할 일인지 복 받을 일인지 누가 아는가?>

  마을 사람들이 죄다 노인을 비웃었다. 사람들은 노인이 좀 덜된 사람이라 여기던 터였다. 말이 없어진 지 보름이 되던 날 밤, 홀연히 말이 돌아왔다. 말은 도둑맞은 게 아니라 야산 어디론가 뛰쳐나갔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여남은 마리의 말을 거느리고 온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군오. 불행이 아니라 복이었구려. 복!>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거 또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말이 돌아왔다는 거라니깐. 복 받을 일인지 아니지 누가 알리? 내 딱 한 마디만 허지. 전체를 어찌 판단할 수 있으리?>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속으로 저마다 노인이 뭘 모른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멋진 말이 열두 필이나 갑자기 생긴 것을...

 노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야생마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지 일주일 되던 날 아들이 그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어요. 참 불행이었네요. 노인네의 유일한 희망인 외아들이 다리를 못 쓰게 됐으니. 쯧쯧 걱정일세 걱정>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온통 판단으로 꽁꽁 뭉쳐들 있군 그려. 또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내아들 다리가 부러졌다는 거라니깐.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가 알리? 삶이 찢어지고 조각나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리>

  노인의 외아들이 다리를 분지른 지 몇 주가 지나자 갑자기 나라에 전쟁이 터져서 모든 젊은이들이 군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리가 부러진 노인의 아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온 나라가 들끓고 아우성이었다. 전쟁에 크게 패하여서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못하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군요. 참 다행이었네요. 비록 아드님이 절름 발이가 되긴 했어도 곁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예요. 딴 집아들들은 죄다 전쟁터로 끌려갔어요>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또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는군 그래. 누가 알리. 그대들의 아들들이 강제로 끌려갔고 내 아들은 끌려가지 않았을 뿐이라니깐.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진 하늘만이 아오>

  판단하지 말라 판단하면 전체와 하나되지 못하리니. 부분에 집착하여 섣불리 결론을 내리리니. 일단 판단하면 성장하지 못하리니. 판단은 틀지워진 마음에서 나오는 것. 마음은 늘 판단하려 한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위험스럽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행엔 끈이 없는 법. 한 길이 지나면 또다른 길이 있고, 한 문이 닫히면 또다른 문이 열리느니. 그대가 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언제나 더 높은 봉우리가 또 나타난다. 신에게 가는 길은 끝 없는 여행. 용기있고 재짱 있으라. 목적지 걱정일랑 아예 하질 말고 여행  자체를 즐기라. 안심하고 순간순간을 살며 즐기라. 온몸으로 걸으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13073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102437
2435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3. 기도 風文 2020.06.23 832
2434 당신을 만난 것이 행복입니다 風文 2019.09.02 834
2433 내면의 에너지 장 風文 2023.08.18 834
2432 '고맙습니다. 역장 올림' 風文 2020.06.02 836
2431 단 몇 초 만의 기적 風文 2023.08.10 836
2430 양치기와 늑대 風文 2023.11.24 836
2429 한 통의 전화가 가져다 준 행복 - 킴벨리 웨일 風文 2022.08.20 837
2428 한마음, 한느낌 風文 2023.01.21 837
2427 프란시스코 교황의 '아름다운 메시지' 風文 2020.05.06 838
2426 세계 평화를 요청한 소년 - 마크 빅터 한센 風文 2022.08.28 838
2425 무시당하고 자란 아이 風文 2020.06.08 839
2424 바쁘다는 것은 風文 2023.04.13 839
2423 '밥은 제대로 먹고 사는지요?' 風文 2019.09.05 840
2422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29. 감사 風文 2020.07.05 840
2421 '겹말'을 아시나요? 風文 2022.01.30 841
2420 공감 風文 2022.05.16 841
2419 아이들의 말이 희망이 될 수 있게 風文 2022.05.26 841
2418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風文 2023.10.09 841
2417 피의 오염, 자연 치유 風文 2019.06.19 842
2416 '아침'을 경배하라 風文 2019.08.17 842
2415 젊은이가 사라진 마을 風文 2023.04.25 842
2414 지금이 중요하다 風文 2020.05.08 843
2413 정열적으로 요청한 부부 - 젝키 밀러 風文 2022.08.30 843
2412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11 ~ 13 風文 2023.06.04 845
2411 신묘막측한 인간의 몸 風文 2023.09.04 84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