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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잃은 중천공?

“‘일해라 절해라’, ‘마마 잃은 중천공’, ‘골이 따분한’ 친구 대신 멘토로 ‘삶기 좋은’ 선배를 만나라. 엄마의 잔소리는 오늘도 빠지지 않는다. 친구까지 들먹이는 건 ‘어면한’ ‘사생활 치매’다. ‘더우기’ ‘일해라’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절까지 하라니, 알랑거리며 살라는 건지 헷갈린다. 근데, 마마(엄마)를 잃은 중천공은 누구지? 옛날 양반 같은데, 인터넷에 물어봐도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놀라운 맞춤법 모음’의 보기를 엮어 꾸며낸 글이다. ‘이래라저래라’, ‘남아일언중천금’, ‘고리타분한’, ‘삼기 좋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 ‘더욱이’를 들리는 대로 옮긴 데서 나온 잘못이다. 이러한 예는 참으로 많다.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나물할 때(나무랄 데) 없는 맛며느리(맏-)’, ‘삶과(삼가) 고인의 명복을’, ‘오랄을(오라를) 받아라’, ‘시험시험’(쉬엄쉬엄), ‘장례희망’(장래희망), ‘눈을 부랄이다(부라리다)’, ‘문안하다’(무난하다), ‘설흔(서른) 즈음에’, ‘곱셈(꽃샘)추위’….

설마, 정말 모르고 쓰는 걸까 싶은 생각이 앞서지만 현실은 엄연하다. ‘우리말나들이’에서 ‘복불복’(福不福,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표현)을 다룬 적이 있다. ‘볼걸복/복궐복/볶을복/복골복’으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다는 후배 아나운서의 주장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이먼과 가펑클’(Simon & Garfunkel)을 ‘사이먼과 펑클’로 알고 있던 군대 동기를 만난 적도 있다. 제 딴에 들리는 대로 써서 생긴 잘못이다. 뜻만 통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맞다. 제대로, 잘 통하게 하기 위해 맞춤법이 존재한다. 한글맞춤법 제1항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은, 뜻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각 형태소의 본 모양을 밝히어 적는다는 말이다. ‘꼰노리’, ‘꼳밭’이 아닌 ‘꽃놀이’, ‘꽃밭’이 가독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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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토프

이맘때 교정은 싱그러움으로 넘실댄다. 개나리로 노랗게 물들었던 캠퍼스는 철쭉의 붉은빛, 목련의 고아한 흰빛으로 화사하다. 흩뿌린 봄비에 묻어 날린 꽃비는 학교 여기저기에 모자이크로 남아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잎 흩어져 날린 자리엔 보드라운 연둣빛 잎사귀가 초록빛으로 짙어간다. 해사한 청춘의 웃음이 형형색색 봄옷으로 갈아입은 꽃나무 사이를 가르며 터져 나온다. 학교 옥상에서 내려다본 정경이다. 옥상 한편에 자리잡은 작은 생태정원의 이파리가 봄바람에 일렁인다.

여남은 명은 족히 앉을 자리가 마련된 생태정원엔 피어날 꽃들의 이름과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 서 있다. ‘4~5월에 담홍자색(붉은빛을 띤 자주색) 꽃이 피는’ 영산홍, ‘5월에 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2~3개씩 달리는’ 붓꽃, ‘5월에 노란 꽃이 피는’ 노랑꽃창포, ‘6~7월에 꽃이 피며 끝이 깊게 갈라지는’ 상록패랭이, ‘6~7월에 꽃이 피며, 핫도그 모양의 열매를 맺는’ 부들, ‘9~10월에 노란 꽃이 피며 잎은 머위같이 생긴’ 털머위가 살고 있는 곳을 표시해 놓았다. 자상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에는 큼지막하게 ‘수생비오톱’이라 씌어 있다.

생각 첫밗에 ‘비오톱’은 붓꽃, 패랭이, 부들, 머위처럼 정겨운 토박이 이름이라 여겼다. 알고 보니 외국말이었다.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을 뜻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한 용어로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물공동체를 이룬 서식지를 의미한다.(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 이 용어는 1999년 6월 “서울시 ‘비오톱 지도’ 제작, 환경 보존 강화”를 다룬 기사에 처음 나온다. 이보다 앞선 1995년엔 ‘환경부가 인공적으로 생물서식공간(비오토프)을 만들기로 했다’에서처럼 ‘비오토프’가 등장한다. ‘비오톱’이 훨씬 많이 쓰이지만 규범에 따라 표기하면 ‘비오토프’가 맞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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