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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입니다’

“존칭 보조어간을 남발해 ‘사물 존대’하는 것 못지않게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 자신을 높이는 ‘뻔뻔한 화법’이다. 사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공무원, 국회의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적어도 ‘민의를 대변’한다는 의원들에게는 쓴소리 한마디 해 주고 싶다.” 지난 2주에 걸쳐 선어말어미 ‘-시-’의 오남용을 짚은 뒤 받은 독자 의견이다.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거나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소개할 때 “안녕하십니까, ○○○ 의원입니다” 하는 게 마뜩잖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우리 언어예절에 비추어 따지면 독자의 말처럼 ‘뻔뻔한 사람’이란 핀잔 받을 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함을 이름 앞에 넣어 말하면 높이는 것이 아니지만 직함을 이름 뒤에 넣어 말하면 높이는 것이 우리 전통 예절’이다.(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국회)의원 ○○○입니다’, ‘총무부장 ○○○입니다’ 하는 게 바른 표현이고 자신을 ‘○○○ 의원입니다’, ‘○○○ 총무부장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스스로를 높이는 야릇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국어원이 펴낸 <표준언어예절>에서도 “이름을 앞에 두고 뒤에 직함을 붙여 ‘○○○ 부장입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했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뜻을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밝힌 것이다.

직함은 ‘벼슬이나 직책, 직무 따위의 이름’이다. 사장, 부장, 시장, 장관, 도지사, 감독, 아나운서 등처럼 국회의원도 직함의 하나이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는 덕담과 ‘○○○ 올림’이란 끝인사가 생뚱맞아 보였다. 편지 목록에 뜬 제목이 ‘○○○ 의원입니다’였고, 첫인사도 ‘○○당 ○○수석부의장 ○○○ 의원입니다’인 탓이다. 인사할 때는 ‘(○○당) 국회의원 ○○○입니다’, 정당과 직위를 밝힌 뒤라면 ‘○○당 ○○수석부의장 ○○○입니다’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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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운전’

김포공항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38분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3월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가능한 일이다. 연장 운행을 앞두고 지난 주말부터 배차 간격이 달라졌다. 역 곳곳에 붙어 있는 ‘9호선 2단계구간 개통을 위한 영업시운전 안내문’을 보니 얼른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 ‘영업시운전’이 첫눈엔 ‘영업-시(時) 운전’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내 ‘영업 시운전’이라 생각했지만 미심쩍은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영업 시 운전’일까 ‘영업 시운전’일까.

운영 회사 고객지원센터에 물으니 ‘영업(을 위한) 시운전’이란다. 애초에 띄어쓰기를 제대로 했으면 엉뚱한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의외로 많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괜한 오해를 부르고, 생뚱한 뜻이 떠오르는 문장 몇 개를 꼽으면 이렇다. 누나가자꾸만져요(-자꾸 만져요/자꾸만 져요), 무지개같은사람(무지 개같은-/무지개 같은-), 비상용차(비상용-차/비-상용차(商用車)), 서울시장애인복지관(-시장 애인-/-장애인 복지관)….

‘영업시운전’의 뜻을 단박에 알아차리지 못한 까닭은 띄어쓰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관련 업계에서 통하는 이 용어의 뜻은 ‘손님을 태우지 않는 것만 빼면 운행 구간, 배차 간격을 비롯한 모든 운영 방법을 정식 개통 이후와 똑같이 하는 시운전’이다. ‘시운전’은 차량 점검을 위한 뜻이 강하다. ‘기차, 배, 자동차, 기계 따위를 새로 만들거나 수리하였을 때에 실제로 사용하기 전에 시험 삼아 하는 운전’이 ‘시운전’이고 ‘정해진 길을 따라 차량 따위를 운전하여 다님’은 ‘운행’이다.(표준국어대사전) ‘포항케이티엑스(KTX)열차 시험 운행…’(ㄱ신문), ‘… 승객만 태우지 않을 뿐 실제 승객이 탔다는 가정하에 시험 운행이 이뤄진다’(ㄱ일보)에서처럼 ‘영업시운전’은 ‘시험운행’이라 해야 제 뜻에 더 맞는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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