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2. 수용성

  <해답 구하기를 딱 멈춰 보라.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라. 풀고, 기다리고, 좋은 때를 가져보라>

  한 철학자가 선승을 찾아와서 붓다와 명상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헐떡이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승이 말하기를,

  <객이 몹시 지쳐 보이는구려. 이 높은 산을 올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차나 한 잔 하시게>

  철학자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은 온갖 의문들로 들끓었다. 이윽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차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승은 말하기를,

  <기다리시게. 그리 서둘지 마시게. 혹시 아는가? 차 한 잔 마시노라면 객의 의문들이 싹 풀릴지>

  순간 철학자는 자신이 완전히 헛걸음한 게 아닌 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차 한잔 마신다고 붓다에 대한 내 의문이 어떻게 풀릴 수 있단 말야?' 그러나 그는 너무 지쳐 있으니 차나 한 잔 받아 마시고 산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생각했다. 이윽고 선승이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기울였다. 찻잔이 가득차고 넘치는데도 선승은 계속 붓는 거였다. 잔 받침대까지 가득 찼다. 한 방울만 더 따르면 마룻바닥으로 넘쳐 흐를 지경이었다. 철학자가 외쳤다.

  <그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이 넘치고 받침대까지 넘치는게 안 보이십니까?>

  선승이 말하기를,

  <아항, 객의 모양이 꼭 이렇지. 객의 마음이 꼭 이렇게 의문들로 그득해서 내가 뭘 말해 줘도 들어갈 틈이 없지. 도리어 내가 한 마디라도 해주면 객의 의문들은 넘쳐 흘러 물바다를 이룰 게야. 이 오두막이 객의 의문들로 가득 찰 테지. 돌아가시게. 객의 잔을 싹 비워 가지고 다시 오시게. 우선 객의 속 안에 조금이라도 빈 틈을 내시게>

  이 선승은 그래도 봐줘 가며 하느니, 나한테 오면 어림도 없다. 난 빈 잔도 허락지 않는다. 잔 자체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워도 잔은 다시 차기 마련이니까. 그대가 아예 있질 않아야 만이 차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 그대가 아예 있질 않으면 차를 따를 필요조차 없다. 아예 있지를 말라. 그러면 모든 존재가 온갖 차원, 온 방향에서 그대의 없음으로 부어질 테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風文 2023.02.04 9167
공지 친구야 너는 아니 1 風文 2015.08.20 98471
2727 건성으로 보지 말라 風文 2022.01.29 565
2726 왜 '지성'이 필요한가 風文 2022.05.16 565
2725 사람 만드는 목수 風文 2023.11.09 565
2724 '몰입의 천국' 風文 2019.08.23 566
2723 경험을 통해 배운 남자 - 하브 에커 風文 2022.09.02 566
2722 장애로 인한 외로움 風文 2022.04.28 567
2721 회의 시간은 1시간 안에 風文 2023.01.19 567
2720 '나'는 프리즘이다 風文 2023.03.02 568
2719 마음마저 전염되면... 風文 2019.08.07 568
2718 삶을 풀어나갈 기회 風文 2022.12.10 568
2717 독일의 '시민 교육' 風文 2023.08.21 569
2716 영혼은 올바름을 동경한다 風文 2022.01.28 570
2715 아이들이 번쩍 깨달은 것 風文 2022.01.28 571
2714 백수로 지낸 2년 風文 2023.05.19 571
2713 한 송이 사람 꽃 風文 2023.11.22 571
2712 당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4 - 짐 캐츠카트 風文 2022.11.23 572
2711 마음의 위대한 힘 風文 2023.05.24 572
2710 작은 긁힘 風文 2019.08.07 573
2709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風文 2022.05.09 573
2708 아직은 '내 아이'다 風文 2019.08.26 574
2707 거울과 등대와 같은 스승 風文 2022.05.23 574
2706 일단 해보기 風文 2022.06.04 574
2705 짐이 무거워진 이유 風文 2019.08.08 575
2704 약속을 요구하라 주인장 2022.10.20 575
2703 내 경험에 의하면 1 風文 2023.01.23 57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22 Next
/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