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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12:58

기림비 2 /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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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비 2

'(위안부)기림비’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에 설치되어 있다. 국회가 밝힌 국내 ‘기림비’를 찾아보니 ‘평화비’(주한 일본대사관 앞), ‘정의비’(正義-, 통영시 남망산조각공원), ‘해원비’(解寃-, 공주 영명고등학교) 등으로 새겨진 이름이 각기 달랐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 캘리포니아에 세워진 조형물에는 ‘위안부’(Comfort Women), ‘성노예’(Sexual Slavery), ‘~추모하며’(In Memory)라는 표현이 등장할 뿐 ‘기림비’라는 명칭은 확인할 수 없다.

    “‘위안부’나 ‘위안부의 넋’을 ‘기리는 것’이 말이 되는가.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을 추어서 말하다’의 뜻인 ‘기리다’와 ‘위안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중비’(恨中碑)라 하는 건 어떨까.” 국립국어원에 들어온 민원 내용이다. 이 얘기를 듣고 한국어문기자협회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한결같았다. “‘(위안부)기림비’ 명칭 검토 민원은 일리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추념비’, ‘불망비’가 ‘기림비’를 대신할 명칭으로 제시되었다. ‘추모비’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를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은 명칭이어서, ‘물망비’(勿忘-)는 물망초의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를 떠올리게 하지만 낯설다는 이유로 제외하였다. ‘추념비’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뜻이 담긴 명칭이다. ‘불망비’(不忘-)는 ‘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사실을 적어 세우는 비석’으로 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다. 학생들은 왜 ‘해원비’라 했을까. “‘위안부’를 기린다는 말은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학생 회의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의) 원한을 풀어드리는 비석’이라는 명칭으로 결정했다.” 공주시 청소년기자단이 누리집에 올린 내용이다. 학생들의 뜻이 갸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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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오른쪽’을 제 나름의 생각으로 설명하라.” 이번 학기말 시험 문제의 하나다. ‘정답 없는 문제’의 답은 참으로 기발했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연인과 손잡을 때 내미는 방향’, ‘결혼반지 끼는 반대 손 쪽’이라 밝힌 학생은 한창 연애 중인 듯했다. ‘컴퓨터 자판에서 한글 모음이 있는 쪽’, ‘컴퓨터 화면에서 창 닫기(x)가 있는 방향’, ‘마우스에서 설정이 목적인 버튼이 있는 쪽’은 펜보다 자판에 익숙한 세대임을 드러낸다. ‘지도를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독도가 있는 쪽’은 ‘애국심’ 투철한 학생, ‘남성복의 단추가 달려 있는 쪽’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 ‘자음 ㄷ의 열려 있는 쪽’은 국문과 학생, ‘피아노 건반의 음역대가 높아지는 방향’은 음대생, ‘도다리 주둥이를 마주보았을 때 눈이 쏠려 있는 방향’은 횟집 딸? 아무러면, 또 아니면 어떤가. 골똘히 말뜻을 새기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 그것으로 되었다.


오른쪽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른쪽’을 ‘북쪽을 향하였을 때의 동쪽과 같은 쪽’으로 설명한다. ‘오른손 방향’(한+ 국어사전)으로 싱겁게 풀이한 것도 있지만 국어사전 대부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도 뜻풀이는 같다. 영어권 사전의 뜻풀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동쪽’처럼 동서남북에 기대어 설명하는 방법은 동서를 가리지 않는다. 옛날 국어사전은 어땠을까. ‘사람이 동쪽으로 향하여 남쪽이 되는 곳’(조선어사전, 1946년), ‘동쪽으로 향했을 때 남쪽과 같게 되는 편’(신찬국어대사전, 1963년)처럼 ‘동쪽’이었다. ‘동쪽’이 ‘북쪽’으로 바뀐 것은 네 방위를 ‘북남동서’로 부르는 서구 문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숫자 10의, 0이 있는 쪽’. 일본 영화 <행복한 사전>에 나오는 ‘오른쪽’의 정의는 신선하다. 방위를 알 수 없어도, 문화가 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소설가 김훈은 ‘언어 존재의 목적은 소통’이라 했다. 소통은 말뜻의 제대로 된 정의와 이해에서 비롯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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