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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텃절몽구리아들

지난번 글감으로 삼았던 프로그램 누리집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남자 출연자 넷을 첫째(아들), 둘째, 셋째, 넷째로 소개하고 ‘일녀’인 여자 출연자는 ‘고명딸’이라 했다. ‘외동딸’과 ‘고명딸’의 본뜻과 말맛 차이를 밝혀 놓은 것이다. “‘(음식의)고명+딸’ 형태인 것을 이참에 알았다”는 독자도 여럿 만났다. 내친김에 사전 속의 ‘딸’과 ‘아들’을 찾아 나섰다. 그에 담긴 뜻을 더듬고 어원을 들추어 보니 사전 속의 ‘딸’은 어휘 수, 담긴 뜻에서 ‘아들’보다 더 후한 대접을 받았다.

‘알딸딸’, ‘도리깨아들’(도리깻열)처럼 사람과 관계없는 표현을 빼고 헤아려보니 ‘-아들’(33개)보다 ‘-딸’(44개)이 붙은 말이 많았다.(표준국어대사전) 좋은 뜻을 담아 ‘첫딸’을 이르는 ‘복딸’(福-)은 있지만 ‘복아들’은 없었다. ‘딸’에는 ‘귀동딸’(貴童-), ‘금딸’(금같이 귀한 딸, 북한어)같이 입꼬리 올라가게 하는 단어가 눈에 띄지만 ‘아들’은 달랐다. ‘실없다’(實--)가 붙으면 ‘시러베아들’(실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되고 ‘홀’(짝이 없어 혼자뿐인)이 얹혀지면 ‘호래아들’(후레아들)이 된다.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버지와 딸(아들)을 아우르는 말은 ‘아비-’가 아닌 ‘어비딸’(어비아들), 어머니와 딸(아들)을 이르는 표현은 ‘어미-’가 아닌 ‘어이딸’(어이아들)이다. 아버지(어머니)의 어원이 ‘어비’(어이)인 까닭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은 그래서 ‘어버이’다.(한민족 언어검색, 세종계획 누리집) ‘-아들’ 가운데 익살맞은 표현이 눈에 띄었다. ‘경텃절몽구리아들’이 그것이다. ‘경텃절’은 ‘정토(淨土)의 절’이 변한 말이고 ‘몽구리’는 ‘바싹 깎은 머리, 중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니 ‘머리를 빡빡 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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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새가 날아든다. 흔히 산까치라 부르는 어치가 첫 손님이었다. 삼십 센티미터쯤 되는 듬직한 몸집에 검은색 줄무늬로 파란색 날개 덧깃을 치장한 멋진 녀석이다. 어치가 다녀간 뒤 온갖 잡새, 아니 여러 새들이 찾아온다.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등이다. 일일이 이름 밝혀 불러주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새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한 지 보름이 되었다. 친구 따라 찾아온 녀석, 큰 새 눈치 보다 포르르 날아와 한입만 물고 날아가는 조막만한 녀석들…. 단골도 제법 생긴 듯하다. 큰길 뒤편 아파트에 새가 날아드는 까닭은 서재 베란다에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버드피더’ 덕분이다. 먹잇감 찾기 어려운 겨울철 이것은 새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오아시스이리라.

‘버드피더’(bird feeder)라 했지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나뭇가지와 꽃다발 펼쳐놓고 그 위에 땅콩, 해바라기 씨 따위를 잘게 부수어 놓은 게 다이다. 눈 좋은 새들의 눈길 끌기 위해 붉은빛의 연시와 감귤도 내어놓았다. 해 뜰 녘부터 새가 찾아드는 것을 보니 효과 만점이다. 손 뻗으면 닿을 창가에서 새들이 ‘먹이’를 콕콕 쪼아 뾰족한 ‘입’으로 집어삼킨다. 형형색색 고운 각양각색의 ‘꼬리’는 그 모양으로 새 종류를 가리게 한다. 아주 가벼운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는 말인 ‘새털’의 차이도 그렇다.

날짐승의 부위 이름은 길짐승의 그것과 구별해 부른다. 새의 ‘먹이’와 ‘입’을 ‘모이’와 ‘부리’처럼 따로 이르는 것이다. 이렇듯 새의 ‘꼬리’는 ‘꽁지’로, ‘새털’은 ‘깃털’로 ‘콕 찍어’ 가리키는 게 더 분명한 표현이다. 이런 까닭에 ‘버드피더’는 ‘새먹이통’보다 ‘새모이통’, 넓적한 곳에 펼쳐놓은 것이라면 ‘새모이대(-臺)’라 하면 되겠다. 새 부위 이름을 따져보다 새롭게 안 것이 있다. 새 다리의 정강이뼈와 발가락 사이를 ‘부척’이라 한다는 것, 목의 앞쪽은 ‘멱’이라 한다는 것이다. ‘돼지 멱따는 소리’의 멱이 바로 그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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