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4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정호승

      문어의 사랑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로의 몸을 껴안고 떨었다.
  "졸지마, 졸면 죽어!"
  그들은 기진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먹어. 먹고 기운 차려. 죽으면 안돼."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기의 다리 하나를 잘라 주었다. 풀문어는 배가 고팠지만 차마 참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먹어. 난 무엇이든지 줄 수가 있어."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꾸 자기의 다리를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풀문어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의 다리를 잘라 참문어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너도 배고프잖아?"
  참문어도 풀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를 먹이려고 둘 다 여덟 개나 되는 다리를 모두 잘랐다. 며칠 뒤, 어부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그들은 둘 다 죽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문어들은 단지 속에 갇히면 제가 제 다리를 뜯어먹으며 연명하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들은 다리를 잘랐으면서도 먹지 않고 그대로 굶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 나머지, 서로 상대방에게 제 살을 먹이려고만 하다가 그만 그대로 굶어 죽은 줄을 어부는 알지 못했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동영상 황석영 - 5.18강의 風文 2024.05.22 7179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33442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35830
공지 동영상 U2 - With Or Without You (U2 At The BBC) update 風文 2019.06.20 2638
1321 좋은글 여유가 있는 고양이 바람의종 2010.07.05 28842
1320 여언이, 시야로다 바람의종 2008.06.19 5428
1319 사는야그 여름철 휴대폰 사용, "이것만은 꼭 알아주세요 바람의 소리 2007.07.30 33380
1318 여러가지 꽃말 바람의종 2008.02.05 4436
1317 엘로스 바람의종 2007.08.03 2811
1316 엘레지 바람의종 2007.08.09 3115
1315 에우레카(나는 발견했다) 바람의종 2007.08.07 3012
1314 에덴 동산 바람의종 2007.08.02 2603
1313 동영상 엄마 風文 2020.08.07 3735
1312 사는야그 얼음... 2 바람의 소리 2007.07.14 38559
1311 얻은 것과 잃은 것 바람의종 2011.04.29 29150
1310 언문 진서 섞어작 바람의종 2008.06.18 4777
1309 언론장악, 얼마나 위험할까? 바람의종 2009.02.04 17545
1308 좋은글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합니까. 바람의종 2009.11.25 23935
1307 좋은글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2 바람의종 2009.12.10 29664
1306 어진기법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공개 바람의종 2009.05.26 22243
1305 어우동 바람의종 2008.06.17 4163
1304 어부지리 바람의종 2008.02.18 3825
1303 어린 시절의 행복 윤영환 2011.01.28 300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