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7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정호승

      문어의 사랑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참문어와 풀문어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부가 자기들을 잡아 올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엉킨 다리를 풀고 서로 몸을 떼었을 때에는 햇살이 눈부신 부둣가였다.
  "여기가 어디지?"
  "육지야."
  "왜 우리가 육지로 나오게 되었지?"
  "어부한테 잡힌 거야."
  "어머! 어떻하지?"
  "걱정하지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참문어가 풀문어를 위로해 주었다.  어부는 곧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커다란 항아리 속에 집어넣었다. 우선 그들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바람 잘 불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린 뒤, 겨울밤 술안주로 삼거나 제삿날 제상 위에 올려놓을 작정이었다. 항아리 속에 갇힌 참문어와 풀문어는 무서웠다. 순간 순간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에 서로의 몸을 껴안고 떨었다.
  "졸지마, 졸면 죽어!"
  그들은 기진하여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썼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몇 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먹어. 먹고 기운 차려. 죽으면 안돼."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기의 다리 하나를 잘라 주었다. 풀문어는 배가 고팠지만 차마 참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먹어. 난 무엇이든지 줄 수가 있어."
  참문어는 풀문어에게 자꾸 자기의 다리를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풀문어는 먹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의 다리를 잘라 참문어에게 주었다.
  "이거 먹어. 너도 배고프잖아?"
  참문어도 풀문어의 다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를 먹이려고 둘 다 여덟 개나 되는 다리를 모두 잘랐다. 며칠 뒤, 어부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그들은 둘 다 죽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문어들은 단지 속에 갇히면 제가 제 다리를 뜯어먹으며 연명하다가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들은 다리를 잘랐으면서도 먹지 않고 그대로 굶어 죽어 있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한 나머지, 서로 상대방에게 제 살을 먹이려고만 하다가 그만 그대로 굶어 죽은 줄을 어부는 알지 못했다.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동영상 황석영 - 5.18강의 new 風文 2024.05.22 107
공지 음악 좋아하는 그룹 : 악단광칠(ADG7) - '임을 위한 행진곡' update 風文 2024.05.18 241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20703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23163
공지 음악 Elvis Presley - Return To Sender (Remix) 風文 2023.01.01 4144
1069 미망인 바람의종 2008.01.08 3467
1068 13일의 금요일 바람의종 2007.07.17 3470
1067 아무 때 먹어도 김가가 먹어 바람의종 2008.06.13 3476
1066 남북전쟁 때의 유령 바람의종 2010.05.18 3476
1065 퇴고·추고 바람의종 2008.03.28 3478
1064 동영상 엄마 風文 2020.08.07 3480
1063 근대적 인종주의의 본격적 발전 바람의종 2009.10.02 3481
1062 노스탈쟈(nostalgia) 바람의종 2007.02.01 3498
1061 다리가 달린 물고기처럼 생긴 엑소로톨 바람의종 2010.04.17 3505
1060 미친 대제 이야기 바람의종 2010.03.03 3507
1059 재미있는 계산 바람의종 2010.03.12 3511
1058 대장장이 발칸 바람의종 2007.02.11 3516
1057 경원 바람의종 2007.10.27 3516
1056 알함브라 성 바람의종 2010.04.24 3525
1055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2. 유령들의 축제 바람의종 2011.11.20 3525
1054 노다지 바람의종 2008.04.24 3527
1053 왼손잡이들, 사람은 전날 밤보다 아침에 조금 더 키가 크다 바람의종 2010.01.26 3531
1052 라뷔린토스의 미궁 바람의종 2010.03.26 3532
1051 르네상스, 무엇이 문제인가? 바람의종 2009.08.06 35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