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박해영
도마가 벽에 기대 있다
칼집 자국이 깊고 움푹 들어간 게
금방 해고당할 늙은이 같다
휴가도 없는 칼날받이의 날들
모든 식구가 동시에 비우지 않는 한
어김없는 매일의 난도질
잔소리 쟁이 마누라의 것이든
철없는 아들놈의 것이든
돈에 눈이 벌건 사장님의 것이든
아예 눈감고 맡기는 시간들
가족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우리들의 행복한 만찬을 위해
탕탕거리는 시원한 소리까지 내어주며
한판 흐드러지게 칼날을 받는다
살짝만 스쳐도 피 흘리거나
복수의 칼을 들이미는
우리네 허약한 사랑을
낡은 도마 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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