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
송태한
해마다 겨울철이 오면
내 발뒤꿈치엔 각질이 자란다
두껍게 자란 살 껍질이 협곡처럼 갈라져
피딱지마저 비칠 때면
한 발 내딛기조차 수월치 않다
미끄러운 빙판길 조심하랴
발바닥 사정 헤아리랴 이미
여러 해 몸에 기생하는 이 증세는
숨죽여 살아왔던 살갗의 반란처럼
이래저래 거동을 애먹인다
긁어 털어내고 깎아내도
다시 그 자리에 들어앉는 낯선 표피층
모래 먼지뿐인 사막지대 속에서
끝내 살아남은 절지류처럼
굳은살에 만져지는
금강송 껍질처럼 속 깊은 내력
삼엽충 화석 같은 질긴 목숨들
나무초리 까부라지고
높바람이 전갈처럼 꼬리 세운 겨울엔
내 몸을 버텨온 차가운 발끝에
겨우살이 하얀 각질이 핀다
-시집 『퍼즐 맞추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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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질을 미워하지 않고
너그러운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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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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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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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자꾸 읽게 되는 한 줄입니다.
저도 각질하면 둘째가라 서러운데 발품 많이 파는 분들이 각질이 많더라고요.
제생각엔 유전같지만요.
몸이 즐기던 모든 것들의 부산물이
발뒤꿈치에 모여들지 않나 싶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