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태한
굳은 빗장의 문이 열리고
첫눈보다도 서둘러 그들은 천사원을 찾았다
12인승 승합차 경적을 빵빵 울리며
화사한 한복의 여자들이 내리고
머릿기름 바른 남자가 으쓱 거렸다
마당 끝의 누렁이도 새 뼈에 꼬릴 흔들고
선물들과 나란히 원장님이 사진을 찍었다
지역 공동체 화보 몇 장 혹은
눈 위에 검정 발자욱 남기며
바삐 그들은 돌아갔고
그들을 향해 짖던 누렁이 울음처럼
고요한 밤이 깊도록 펑펑 눈이 내렸다
남기고 간 벽걸이 TV 앞에 모여 앉아
눈부셔하고
주름진 이부자리에 돌아 와
쵸코바 까먹으며
짧은 겨울 하루의 단맛에 여린 몸은
봄눈 슬듯 녹아 내리고 있었다
겨울은 가고 또 오고
새까맣게 쏟아지는 모처럼의 눈발에
성탄절 창가엔 성에만이 반짝이고
눈물처럼 눈 녹은 그 자리
담장은 저 혼자 움츠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