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3.28 13:38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조회 수 199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광어와 우럭은 물론이고 숭어와 병어도 회 떠서 먹을 수 있는 곳, 동태전과 해물버섯완자전 따위의 갖가지 저냐를 먹을 수 있는 곳, 꼬막과 생골뱅이를 맛보며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는 곳, 멧돼지와 메추리, 군참새(참새구이)를 꼬치구이로 차려내는 흔치 않은 곳. 거기는 ‘김씨가 30여년 전 빈털터리로 상경해 손수레 꼬치장사로 돈 모아 20년 전 작은 가게를 차려 600명이 앉을 수 있는 큰 업소로 키워낸 곳’이었다.(ㄱ신문) 말 그대로 ‘육해공’을 싼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발길이 잦던 그 집 차림표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때’ 먹고 마시던 것들이 새삼스럽다.

차림표에 적혀 있는 ‘쭈꾸미’, ‘꼼장어’, ‘오돌뼈’는 주꾸미, 곰장어(먹장어), 오도독뼈로 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이다. ‘모래집’의 사전 뜻풀이는 ‘1. 모래를 이용하여 지은 작은 집. 2. 사형 주조(모래로 만든 거푸집)의 일부분이 깨어지며 주물 안에 끼어들어서 생긴 결함. 3. 양수가 들어 있는 태아를 둘러싼 얇은 막(양막)’이니 모래주머니 또는 닭똥집(닭의 모래주머니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하는 게 규범에 맞는다.(표준국어대사전) ‘정종’(正宗, 마사무네), ‘가이바시라’(貝柱)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기에 청주, 조개관자(패주)로 다듬은 표현이다.(국립국어원)

영화감독인 후배 등과 어우러진 어느 날, 그 자리에서 만난 당시 전공의 과정을 밟던 이가 보낸 문자메시지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그곳이었는데 거기가 불타 사라지다니…’ 한 줄이 그 집 차림표를 찾아보게 해주었다. 불현듯(불을 켜서 불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갑자기 어떠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모양)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전문의가 된 그와 대작했던 거기는 목로(널빤지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를 앞에 두고 정담 나누는 목로주점이었다. 그 집은 지난 일요일 밤 불에 타 사라졌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3162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456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6Jul
    by 바람의종
    2008/07/06 by 바람의종
    Views 11128 

    명태, 이면수/임연수

  5. No Image 05May
    by 바람의종
    2010/05/05 by 바람의종
    Views 10597 

    명태의 이름

  6. No Image 11Oct
    by 바람의종
    2010/10/11 by 바람의종
    Views 7869 

    몇과 수

  7. No Image 26Sep
    by 바람의종
    2008/09/26 by 바람의종
    Views 6733 

    몇일, 며칠

  8. No Image 19Nov
    by 바람의종
    2009/11/19 by 바람의종
    Views 13701 

    모기버섯, 봉양버섯

  9.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9/03/25 by 바람의종
    Views 5416 

    모두에게?

  10. No Image 08Oct
    by 바람의종
    2009/10/08 by 바람의종
    Views 10150 

    모둠, 모듬

  11. No Image 27Mar
    by 바람의종
    2009/03/27 by 바람의종
    Views 6704 

    모디리

  12. No Image 24Jul
    by 바람의종
    2008/07/24 by 바람의종
    Views 6766 

    모량리와 모량부리

  13. No Image 23Mar
    by 바람의종
    2009/03/23 by 바람의종
    Views 6064 

    모르지비!

  14. No Image 02Jul
    by 바람의종
    2007/07/02 by 바람의종
    Views 16698 

    모리배

  15. No Image 12Feb
    by 바람의종
    2009/02/12 by 바람의종
    Views 6335 

    모밀국수

  16. No Image 07Aug
    by 바람의종
    2009/08/07 by 바람의종
    Views 9930 

    모밀국수, 메밀국수, 소바

  17. No Image 03Jul
    by 바람의종
    2007/07/03 by 바람의종
    Views 5882 

    모순

  18. No Image 27Apr
    by 바람의종
    2008/04/27 by 바람의종
    Views 17442 

    모시는 글

  19. No Image 25Nov
    by 바람의종
    2008/11/25 by 바람의종
    Views 7548 

    모아지다

  20. No Image 06Jan
    by 바람의종
    2008/01/06 by 바람의종
    Views 5995 

    모음의 짜임새

  21.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10/06/01 by 바람의종
    Views 25342 

    모자르다, 모자라다, 모잘라, 모자른, 모잘른

  22.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5898 

    모하구로?

  23. No Image 11Oct
    by 風文
    2023/10/11 by 風文
    Views 1446 

    모호하다 / 금쪽이

  24. No Image 28Mar
    by 윤안젤로
    2013/03/28 by 윤안젤로
    Views 19945 

    목로주점을 추억하며

  25. No Image 23Nov
    by 바람의종
    2009/11/23 by 바람의종
    Views 13239 

    목재가구 / 목제가구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