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749 추천 수 4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4. 믿음이 깊은 곳에

        바람의 노래 - 풍요(風謠)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서럽더라
        오다 우리들이여
        공덕(功德) 닦으러 오다

  너도 오고 나도 오고, 나이나 성을 가림이 없이 부처의 모습을 지어 모시는 일에 공덕을 닦으러 모든 이가 모인다. 더러는 물질로, 어떤 이는 몸으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처 바람에 모여 든다. 극락을  그리는 마음들이 앞을 다투어 모였다는 얘기. 한데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단 말인가. 나고 죽고 병들어 늙어감이 서러웠을까. 어떤 이의 풀이처럼 절머슴으로 일하면서 먹거리 방아를 찧어야 하는 자신들의 신세에 대한 민초(民草)들의 한스러움 때문인가. 신라 선덕여왕 시절 양지(良志)라는 스님이 영묘사에 장육존상(丈六尊像)을 만들 때에 이 노래가 불리워졌다고 삼국유사 에서 일연 스님은 적고 있다. 양지 스님은 언제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단한 슬기와 솜씨를 드러낸다. 많은 절에 탑과 불상을 만들어 모심은 물론이요, 그의 글씨 또한 뛰어나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는 터. 특히 그의 지팡이는 신통력을 갖고  있으니, 지팡이 끝에 자루 하나 걸어 둔다. 지팡이가 날아가 불공하려는 이들의 집에 가서 흔들어 대면서 소리를 낸다. 하면 사람들은 시주를  하였고 자루가 차면 다시 바람을 타고 절로 되돌아 온다. 이 게 부처바람이 아니고 무엇인가. 해서 양지 스님의 지팡이 때문에 절이름도 지팡이절 - 석장사(錫杖寺)라고 일렀던 것. 서라벌의 법림사(法林寺)의 세 부처상과 인왕(仁王)이라 불리우는 금강역사도 그가 만들어낸 불교예술이었으니 그의 마음씀과 솜씨를 알 만하다. 앞서 이른 영묘사의 장육존상을 지을 때의 일이다. 조용한 가운데 온 마음을 다하여 부처의 모습을 찾아 애쓴다. 이르러 입정(入定)의 길닦이를 지나면서 바르고 맑은 마음의 상태 정수(正受)에 든다. 때 안 탄 간절한 그의 불심이 곧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혼의 감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르자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통함으로써 사람들을 감화시켰으니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가. 바람의 노래 - 풍요에 대하여 일연 스님은 풀이를 덧붙인다. 당시는 고려조 때가 되겠지요. 시골 사람들이 방아를 찧을 때 방아노래를 불렀으니 바로 바람의 노래에서 나왔을 거라는 방아노래의 내력에 대하여 그렇게 적고 있으니. 나중에 금으로 부처의 모습을 입힐 때 곡식이 2만 3천 7백 섬이 들어 갔다는 기록. 사람들은 먹고 살기에 바쁜데, 굶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불상(佛像) 하나 하자고 그리도 많은 물질을 쓴다(?). 별로다. 별로야.

                터를 닦고 공덕을 닦고

  장육존상불 모실 터를 닦기 위하여 남녀노소 가림없이 사람들이 모여 와 터를 닦는다. 물론 명당터겠지 뭐. 터를 닦으면 집을 짓게 마련. 삶에 지친 이들은 절을 찾아와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장육존상의 거룩한 모습을 가슴에 새기면서 집으로 되돌아 갔을까. 해서 절은 마음의 집이요, 부처를 모신 믿음의 집이 되질 않았을까. 무얼 닦는다고 할 때 닦음은 물체 사이의 닿음을 전제로 한다. 더 나아가 밀 보리 벼 같은 곡식을 쓸어서 껍질을 벗겨내는 닦음은 바로  '대이다 닦이다'이다. 곡식을 방아에 찧는다는 것도 옛말에서는 'ㄷ다'였으니 이 또한 같은 뿌리에서 갈라 나온 '닿음'의 낱말 겨레라고 할 수 있다. 닿음의 알맹이는 '다(ㅎ)'이니 곧 땅을 이른다. 때로 '다(ㅎ)'는 '닷 - 닻 - 닫 - 달'과 같이 벌어져 나아가며 모음이 바뀌면 '덧 - 덫 - 덛 - 덜(더럽다) / 딧 - 딛  - 딜'의 말꼴들이 이루어진다. 하니까 뒤에 방아노래나 앞의 공덕 닦음의 바람노래나 흙 곡식을 다루는 '닦음'에서라면 같은 흐름의 이야기일 밖에. 부처의 길을 닦노라면 부처의 마음을 닮아 가는  것이다. 닮는다는 게 무엇인가. 물체의 어느 부분이 닳아 없어지고 걸림을 둔, 닮고자 하는 본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서 말이다. 하긴 누구나 마음 비우기란 그리 쉽지 않음이니 여러가지 잡스럽고 모질고 사나운 걸 버리고 부처에게 더욱 가까이 가게 만든 것이다. 그 지팡이로 좋은 뜻(良志)을 향한 그리움을 가르치고 가리킨 것으로 보여 진다. 세상을 부는 바람은 여러 갈래다. 돈바람이며 우쭐대는 자리바람, 불바람이며 칼바람, 서양바람 등 실로 바람이 많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에게는 통일바람이 간절하다. 슬기의 바람이 더 값진 것은 사람답게 되어 보고자 하는 사람되기 바람이다. 온 누리를 튼튼하고 향내나게 하기 위하여는 말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황지와 태백산 - 밝은 뫼에서 솟는 시원의 샘 바람의종 2008.08.19 4004
270 혼사용어 - 풀보기, 자리보기, 댕기풀이 바람의종 2008.03.20 4216
269 형벌 관련 욕설 - 오라질 년과 경칠 놈 바람의종 2008.05.11 4254
268 허망한 언사들 2 - 구호가 없는 사회 바람의종 2008.05.03 4141
267 허망한 언사들 1 - 별 볼일 있는 말 바람의종 2008.05.01 4253
266 해남과 두륜산 - 종착지가 아닌 시발지 바람의종 2008.09.25 3906
265 탄천과 동방삭 - 수청과 탄천 바람의종 2008.08.04 3864
264 춘천과 의암 - 맥국의 맥이 흐르는 쇠머리골 바람의종 2008.08.03 4935
263 철원과 한탄강 - 큰 여울 줄기 따라 한탄의 전설이 바람의종 2008.07.31 4751
262 처녀들께서는 부끄럼 타지 말고 '총각김치'를 드셔요 風磬 2006.12.08 4903
261 질병용어 - 든 병, 난 병, 걸린 병 바람의종 2008.03.22 4214
260 진안과 마이산 - 난달래골에 내려온 신선 부부 바람의종 2008.09.03 4337
259 지명어의 작명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바람의종 2008.06.02 3658
258 지명 속담 - 보은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 바람의종 2008.05.29 3794
257 지리산과 섬진강 - 노고단 밑으로 달래강이 흐르고 바람의종 2008.09.20 3810
256 주술적 용어 3 - "고시"는 가까이, 잡귀는 물러가라 바람의종 2008.04.13 4327
255 주술적 용어 2 - 고마워하고 비는 기원의 말 바람의종 2008.04.10 4241
254 주술적 용어 1 - 끼, 그 가능성의 유전자 바람의종 2008.04.09 4107
253 제주와 한라산 - 한라산 철쭉은 왜 붉은가 바람의종 2008.09.26 4024
252 전철역의 이름 - 향토색 짙은 서울 역명 바람의종 2008.06.24 4029
251 전북에서는 '생강'을 '시앙/새앙'이라고 말합니다. 風磬 2006.11.08 3907
250 전북 지방에서는 씀바귀를 '씸바구, 씸바구리'라고도 합니다. 風磬 2006.09.07 5382
249 잃어버린 지명 - 아름다운 이름, 보은단, 고운담 바람의종 2008.06.03 3314
248 인명의 작명 - 이름을 불러 주는 의미 바람의종 2008.07.18 3090
247 음식 이름 - 족발, 주물럭, 닭도리탕 바람의종 2008.05.06 347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