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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3. 생명의 말미암음

     고향의 봄은 어디에

  봄은 왔는데 꽃은 피는데. 이 좋은 계절에 우리들의 고향이 시들어 가고 있다니, 한 해가 다르게 빈 집이 늘어 나고  정들여 살던 마을은 한산해 선생님의 학교종도 들을 수가 없게 된 실정.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게 마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회지의 뿌리는 곧 시골 마을이다. 그 뿌리가 메말라 죽어 간다면 무성한 잎새나 소담스러운 꽃이며 열매란 애시당초 바라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 농촌 마을에는 검은 구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나이 많은 어른들께는 아주 귀에 설은 우르과이라운드니, 그린라운드니. 분명한 것은 생산비에도 미칠까 말까 하는 쌀값이며 봄만되면 어김 없이 뛰어 오르는 공산품 값이며 공공요금. 영농규모가 클수록 별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 바에야 농사 그만 두고 도회지로나 나가보자. 산 입에 거미줄 치랴. 해서 때로는 마을 전체가 비기도 한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그럼에도 도회생활에 오랜 경험을  한 이들이라면 시골의 풋풋한 흙내음과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을 그리워 한다. 벗어  나고 싶어 한다. 저 얽히고 설킨 도회지의 생활을. 마음의 고향이 늘 푸른 모습으로 있어 주기를 바란다. 본시 농촌과 도시가 다르지 않다. 작은 마을이 자꾸 모이면 도회지가 아닌가. 촌도(村都)가 한 몸이라. 몸이란  '모음'의 줄임말이다. 몸은 여러 부분이 모여 들어 살아 간다. 마찬가지다. 자연부락 단위로 하든 협의 기구별로 하든 서로가 고리를 지어 믿고 마시며 먹을 수 있는 먹거리와 삶의 터전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 반상회 모임에서 일터에서 시골마을의 생활 정보를 알리고 도회마을의 정보를 알고. 해서 우리가 그리는 고향의  봄을 되찾는다면 얼마나 좋으리.

       황소 개구리

  뱀 잡아 먹는 개구리라. 어디 그럴 수가 있을까. 물이나 뭍에서 스스롭게 살고 있는 황소 개구리에 대하여 얼마전 방송 한 일이 있다. 마치 큰 고구마만한 개구리의 뱃속에는 잡풀들이며 물고기가 들어 있고 보통의 개구리가  아직 산 채로 있었다. 놀랍게도 크지  않은 뱀이 들어 있음은  참으로 드물게 보는 일. 흔히 뱀들은 쥐, 개구리며 새를 먹이 삼아 살아 간다.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황소 개구리는 대체 어디서 난 걸까.  멀리 바다 건너서 온 것인가. 그러하단다. 길러서 먹을 양식용으로 수입해 온 개구리란 풀이다. 막상 수입해 놓고 보니 사업성이 없어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결과, 황소들은 우리의 산과 들을 마구 뛰어 돌아 간 게 아닌가. 아직 그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농사철에 마을의 들을 가노라니 개구리의 울음 소리가 요란하다.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모여 들었겠지. 한데 분명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같은데 꼭 황소의 울음소리 같은 게 논에서 난다. 이상하다 싶어 어느 날 해 질 어스름 해서 자세히 살펴본즉 바로 그 황소 개구리였다. 얼핏 보기에도 개구리라고 하기에는 좀 위풍이 있어 보인다.

 개굴개굴 운다고 개구리라 했을 터. 울음소리로만은 개구리로 가늠 하기엔 어려울 듯하다. 잘못하다간 저 놈의 황소 개구리가 우리 마을의 개구리며 물고기, 그것도 모자라 뱀까지 다 먹어 버릴 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개구리는 왜 그리도 힘이 없단 말인가. 작은 고추가 맵다던데. 슬며시 약이 올랐다. 나도 모르게 돌을 집어 던지니 그자리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 간다. 왠지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그도 살려고 태어 났을텐데 말야. 씁쓸하다. 마침 시주하라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린다. 신토불이(身土不二). 그렇다. 아무렴, 빼앗긴 들이 될 수는  없다. 먹거리며 옷가지며 자칫 우리의 얼까지 앗길까 걱정이 됨은 나 혼자만의 몫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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