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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상력 2 - 정호완
 


      3. 생명의 말미암음

       금 캐는 마동(薯童)

        선화공주(善化公主)님은
        남 몰래 얼어 두고
        마동방을 밤마다 안고가다
       (백제 무왕의 '서동요'에서)

  이상한 일이다. 전혀 터무니도 없는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신세를 그르치다니. 얼굴도 없는 머리의 노래말로 허물 없는 선화공주는 마침내 귀양을 가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마동(童)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이야기의 알맹이인 '마동'은 어떤 사람인가. 먹거리로서 '마'를 캔다고 마동으로 불렀다는 것. 그의 어머니는 서울-지금의 경주 남쪽 못가에 집을 짓고 홀로 살았다. 어느 때엔가 못속에 사는 용과 가까이 해서 마동을 얻게 된다.이르자면 마동은 용의 아들인 셈이다. 흔히 향가에서 서동요라 하지만 마동의 노래로 읽음이 옳다. 마동이 하는 일은 마를 캐어다가 장에 팔아 어머니의 살림을 도우는 것이었다 '마'는 다년생의 덩굴풀로 자색꽃이 피어 산과 들에 폭넓게 스스로 살아 간다. 싹과 뿌리는 먹거리나 약거리로 모두 쓰인다. 뿌리는 특히 덩이 모양을 한다. 계림유사에서 흰 쌀의 일년 소비량이 한 집 단위로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먹거리의 절대 생산이 모자라는 것이다. 지금은 쌀이 남아 이를 관리하기에 정부살림의 일천억을 웃도는 돈을 쓴다고 하니 예와 오늘이 너무도 다른 느낌이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옛 어른들을 다 나누어 드려 먹거리 걱정을 쉽게 풀 수 있으련만.

  때에 신라 26대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있었으니 모습이 남 다르게 아름다웠다. 소문을 들은 마동은 아이들처럼 머리를 깎고 아이들에게 '마'를 주면서 머리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 효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성난 왕은 끝내 바람 난 선화공주를 귀양길로 내쫓는다. 어머니 왕비는 공주에게 금 한 말을 남 몰래 주어 보낸다. 귀양 길에 나타난 마동은 자신이 일을 꾸민 사람임을 밝히고 서로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둘이는 백제로 간다. 왕비가 준 금 이야기로 공주는 앞날의 꿈을 말한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마동은 기뻐하는 모습도 없이. 금이라면 자신이 어릴 때부터 마를 캐던 곳에 많은 금을 캐어 놓았다고 한다. 마를 캐서 판 것은 물론, 금(金)을 캔 것이다. 공주는 금이 있는 곳을 알아 아버지의 궁전으로 보내자고 한다. 그러마고 마동이 대답한다. 따지고 보면 보통의 먹거리로서의 '마'가 아닌 '금마'를 캔 것이요, 삼국통일의 힘을 기르는 국부(國富)를 이룬 것이 아닌가. 마침내 마동은 용화산, 다른 이름으로는 미륵산이라 하는 곳에 사자사의 지명법사에게 이야기 해서 그의 힘을 빌어 금을 신라궁으로 하룻밤 사이에 보낸다. 이 때 공주는 편지를 어버이에게 함께 보낸다. 마동은 백제로 가서 그 곳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게 되고 마침내 백제의 30대 무왕(武王)이 된다. 선화부인과 함께 용화산 절에 가려고 연못을 지나게 되었다. 난데없는 미륵불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부인이 미륵불을 보고 이 연못 자리에 절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마동이 지명법사(知命法師)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한즉 대사는 하룻밤에 산을 헐어 연못을 메워 절터를 만들어 놓는다.

          사랑과 금을 캔 사람, 마동

  이름하여 미륵사라고 하였으며 지금은 절터만 전해 온다. 용의 옛말로는 '미르'(훈몽자회)라 읽는다. 미륵에서 받침소리를 읽지 않으면 '미르'가  되니 결국 미륵사는 용절의 뜻을 드러낸다. 아울러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한다. 모두가 불교의 지킴인 용신앙의 나머지 부처의 가르침과 미륵신앙을 소중히 하는 집단의식의 드러냄이라 할 것이다. '미르'에서 한 음절이 줄면 '밀'이 된다. '밀-믿-밑'은 한 낱말의 겨레로서 땅신과 물신의 지모신(地母神)에 대한 믿음이  불교신앙과의 만남이라고 하겠다. 다시 '밀-물'의  관계를 보면 3을 드러내는 것으로 체(體)·상(相)·용(用)의 불교적 깨달음에 터한 것이 아닌가 한다. 땅이름에도 3이 '밀'로 적힌다(밀양-삼량진 등). 이는 우리의 삼신(三神)에 대한 믿음과도 걸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환인 -환웅-단군으로 이어지는 삼신의 신앙이 겨레의 뿌리 깊은 믿음이기도 하다. 하면 우리의 뿌리 깊은 전통신앙의 터전위에 불교의 미륵신앙이 접목되어 신라를 부처의 낙원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던 이상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마동의 '마'는 몇 가지의 살펴 볼 거리가 있다. 소리로 본 마는  말마(馬)로도 적는다.익산의 옛이름이 금마(金馬)인것을 보면 여기 마와도 무슨 걸림이 있지 않나 한다. 본디 금마는 '금으로 만든 말'이 아니라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신앙의 '곰'을 적은 것이다. 곰이란 말을 한자로는 적을 수 없으니 여기에 여러 가지 뜻을 부여해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유목생활을 마무리한 농경생활의 겨레들은 곰신앙의 동물상징을 거북(검)·말·용 등으로 확대 변이해서 받아 들이고 이를 떠 받친 걸로 짐작된다. 마경(馬經)에 따르자면 말의 조상이 용이니 용·말은 결코 다름이 아니다. 먹거리로서 '마'가 아닌 '금마'를 캔 마동은 그 뿌리 위에 신라와 백제를 함께 어우른 지도자였다. 마동은 먹거리로 마를 캠은 물론이요, 금을 얻었고  그 보다 더 귀한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은 것이다. 노래 한 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니 말 그대로 말속에 사람의 영혼이 들어 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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