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045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목포와 몽탄강 - 유달산과 삼학도의 노래


  한반도의 서남단 무안반도 끝에 위치한 목포만큼 대중가요의 노래말로 유명해진 항구도 드물다. "목포의 눈물", "목포행 완행열차". "목포는 항구다" 등등, 목포를 무대로 하는 노래는 아직도 우리 귓전에 생생하다. 목포의 시정을 자아내게 하는 3박자. 곧 유달산, 삼학도, 영산강은 이미 옛 정취를 잃었음에도 목포가 지금껏 우리의 뇌리 속에 자리한 까닭은 이들 노래말이 심어준 여운 탓이 아니겠는가.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은 정말 "유다른" 산이다. 본래 노적봉이라 불리던 이 산이 유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종교적 이유에서라고 한다. 말인즉슨 이 산의 북쪽에 있는 승달산에 대하여 불교가 아닌 유교의 가르침에 의해 도에 통달한다는 의미로 유달산으로 이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승달이든 유교의 유달이든 꼭 그런 대립적 개념으로 해석하고 싶지은 않다. 비록 산세는 빈약하지만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작은 명산일 뿐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누구든지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말하자면 유달리 가까이 있고 유달리 친근한 산이기에 유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목포는 원래 무안군에 속한 땅으로 백제시대에는 "물아래골(물아혜현)"이라 불렀다. 물아혜, 물아래는 이 지역이 영산강 하류에 있기 때문에 물의 아래쪽이라는 뜻으로 쓰인 말이다. 물아래골은 신라 때 무안이라는 한자 지명으로 바뀌었다가 고려 때 다시 물량으로 되돌아온다. 목포라는 현 지명은 조선 태조 때 "목개나루" 즉 목포진을 설치하면서 유래되었다. 일설에 따르면 목포가 나주의 관문으로서 나주의 남쪽 포구라는 뜻으로 남개라 했는데, 이 남개가 "나무개"로도 발음되면서 "남녘 남"을 "나무 목"으로 취하여 목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목은 나무와 아무 관련이 없다. 나무 목 자가 아니라 "길목, 골목, 건널목"이라 할 때의 그 "목(정)"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주로 들어가는 길목으로서의 포구, 곧 "목개(정포)"인 것이다. 지금도 고하리 서남쪽에 "큰 목개"니  "작은 목개"니 하는 전래지명이 있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목포 앞바다에 떠 있는 삼학도는 학으로 변신한 세 처녀의 혼이 깃들인 섬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섬도 아닌 이 삼학도에 대해 목포인들이 유달리 애정을 쏟는 것도 전설이 너무 애틋하기 때문이다. 옛날 무예에 출중한 한 청년이 유달산에서 수련중일 때의 이야기다. 힘이 장사였던 청년은 빼어난 용모 못잖게 여복도 많았던 모양이다. 산 중턱 옹달샘까지 날마다 물 길러 오는 아랫마을 세 처녀에게서 한꺼번에 사랑을 받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수련에 전념하던 청년도 아리따운 세 아가씨의 애정 공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도하는 일과 사랑하는 일 사이에 고민하던 청년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낭자들, 나 역시 세 분을 다  좋아하오. 그러나 사랑은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법, 세 분이 어디 먼 섬으로 가서 기다리면 내가 수련이 끝나는 대로 한 분을 택하여 모시러 가겠소."

  세 처녀는 청년의 제안을 승낙하고 그 섬으로 떠날 차비를 차린다. 그런데 일은 이때 벌어졌으니, 처녀들을 실은 배가 막상 포구를 벗어나려 할 즈음 그만 청년의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배를 멈추게 할 작정이었던지 배를 향해 마구 화살을 쏘아댄 것이다. 청년이 쏜 화살 하나가 배를 꿰뚫게 되자 배는 서서히 가라앉는다. 배가 바닷속으로 잠기려 할 즈음 돌연 이변이 일어났으니, 죽음을 앞둔 세 처녀가 학으로 변신한 것이다. 세 마리 학은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구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바다 위로 떨어지면서 세 개의 작은 섬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유달산 중턱에 대학루라는 정자가 있어 학으로 변신한 세 처녀의 혼이 돌아오기를 지금껏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육지로 변해 형편없이 일그러진 삼학도의 형편으로는 학의 귀환은 아무래도 기대 밖인 것만 같다. 노래말처럼 슬픈 전설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목포에 이르러 비로소 몸을 푸는 영산강은 담양땅에서 발원하여 광주, 나주, 영암을 차례로 적시고 하류에 와서 영산호라는 거대한 인공호를 만들어 놓는다. 본래 금강이라 불리던 영산강은 인공호에 이르기 직전에 몽탄강이라는 더 멋진 이름으로 불린다. 몽탄은 꿈에 현몽을 입어 건너게 된 여울이라는 뜻으로 고려를 건립한 왕건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왕건이 그의 정적인 견훤과 이 강을 사이에 두고 한판 승부를 겨룰 때의 이야기다. 도강 시가를 정하지 못해 망설이던 왕건에게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그 시기와 방법을 일러 주었다고 한다. 왕건이 견훤을 꺾고 고려 왕조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의 계시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몽탄강의 낙조처럼, 대중 가요의 노래말처럼 목포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산호 주변이 그렇고 유달산이나 고하도 산정에서 내려다보이는 목포항의 전경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목포의 눈물"이 남긴 슬픈 이미지 때문일까?
 


  1. No Image 15Nov
    by 風磬
    2006/11/15 by 風磬
    Views 4314 

    아기들이 차는 '기저귀'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2. No Image 22Jun
    by 바람의종
    2008/06/22 by 바람의종
    Views 3535 

    신도시의 이름 - 일산과 김정숙군

  3. No Image 01Jan
    by 風磬
    2007/01/01 by 風磬
    Views 3608 

    식사 후 "양이 찼느냐?"에서 '양'은 '위장'의 '위'에 해당하는 토박이말

  4. No Image 28Mar
    by 바람의종
    2008/03/28 by 바람의종
    Views 3388 

    식기 용어 - 뚝배기보다는 장맛

  5. No Image 08Aug
    by 바람의종
    2008/08/08 by 바람의종
    Views 3318 

    수원고 화산 - 아버지를 그리는 효심의 물골

  6. No Image 26Jan
    by 바람의종
    2007/01/26 by 바람의종
    Views 4271 

    소련식 기관단총에 '또아리' 같은 게 달려 '따발총'이라고 불렀답니다

  7. No Image 28Nov
    by 風磬
    2006/11/28 by 風磬
    Views 4380 

    섬유회사 '코오롱'은 '코리아'+'나이롱'

  8. No Image 06Sep
    by 바람의종
    2008/09/06 by 바람의종
    Views 3336 

    선산과 금오산 - 복사골에서 솟는 불도의 샘

  9. No Image 01Aug
    by 바람의종
    2009/08/01 by 바람의종
    Views 3857 

    서울의 어원

  10. No Image 12Jul
    by 바람의종
    2008/07/12 by 바람의종
    Views 2884 

    서울과 한강 - "아리수"가의 새마을

  11. No Image 27Oct
    by 風磬
    2006/10/27 by 風磬
    Views 4167 

    생식기 근처에 난 털을 뭐라고 하는지 아셔요?

  12. No Image 24Mar
    by 바람의종
    2008/03/24 by 바람의종
    Views 3516 

    생사용어 - 삶과 죽음의 언어

  13. No Image 02Apr
    by 바람의종
    2008/04/02 by 바람의종
    Views 3100 

    상거래 용어 - 에누리와 디스카운트

  14. No Image 29Mar
    by 바람의종
    2008/03/29 by 바람의종
    Views 3829 

    부위별 고기 명칭 - 아롱사태의 그 은밀한 맛

  15. No Image 08May
    by 바람의종
    2008/05/08 by 바람의종
    Views 2928 

    보은단

  16. No Image 02Sep
    by 바람의종
    2008/09/02 by 바람의종
    Views 3143 

    보은과 속리산 - 속세가 산을 떠나 있네

  17. No Image 26Jul
    by 바람의종
    2008/07/26 by 바람의종
    Views 3015 

    백령도와 심청 - 흰 새가 일러 준 기다림의 섬

  18. No Image 25Mar
    by 바람의종
    2008/03/25 by 바람의종
    Views 3308 

    바느질 용어 - 깁고, 박고, 호고, 공그르고

  19. No Image 20Apr
    by 바람의종
    2008/04/20 by 바람의종
    Views 3758 

    미각어의 다양성 - 달짝지근하고 달콤새콤하고

  20. No Image 05May
    by 바람의종
    2008/05/05 by 바람의종
    Views 3067 

    문래

  21. No Image 16Apr
    by 바람의종
    2008/04/16 by 바람의종
    Views 4635 

    몸짓 언어 3 - 입으로 하는 또다른 말

  22. No Image 15Apr
    by 바람의종
    2008/04/15 by 바람의종
    Views 3079 

    몸짓 언어 2 - 가슴으로 하는 말

  23. No Image 14Apr
    by 바람의종
    2008/04/14 by 바람의종
    Views 2997 

    몸짓 언어 1 - 눈으로 하는 말

  24.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3045 

    목포와 몽탄강 - 유달산과 삼학도의 노래

  25. No Image 03May
    by 바람의종
    2008/05/03 by 바람의종
    Views 4012 

    모주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