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란 단어는 어떻게 분석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렁이'의 '지'는 지렁이가 주로 땅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한자인 '땅 지'의 '지'로 보이나요? 그렇다면 나머지 '렁이'는 무엇인가요? 맨 뒤의 '이'는 접미사로 보이지요? 맴맴 운다고 해서 '매미', 개굴개굴 한다고 '개구리', 이 모든 것에 '이'가 붙어 있으니까요. 이렇게 해석한다면, 모두 맞는 말입니다.
'지렁이'는 한자어입니다. 즉 '땅 지', 그리고 '용 용' 즉 '지룡'입니다. 즉 땅 속에서 사는 용이란 뜻이지요. 아니, 그렇게 작은 것도 용이라고 할 수 있느냐구요? 큰 지렁이를 아직 못 보신 모양이지요? 옛 문헌에는 모두 '디룡'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구개음화가 되어 '지룡'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다가 접미사 '-이'가 붙어서 '지룡이'가 되었고, 이것이 음운변화를 겪어서 '지렁이'가 되었습니다.
19세기말까지도 역시 '지룡'이었었는데, 20세기에 와서야 '지렁이'가 되었지요.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 '지룡'이 회충도 의미했다는 점입니다. 회충이나 지렁이나 생기기는 같지요.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