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곡식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 --> '한 마지기'
'논 몇 마지기, 밭 몇 마지기'처럼, '마지기'는 농촌에서 농토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로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때의 '마지기'의 뜻을 알고 계시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섬지기'라는 말이 있어서 '마지기' 는 '마'와 '지기'로 분석될 수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기'는 '농사를 짓는다'는 말의 '지기'일까요? 아니지요. 만약에 그렇다면, '지기'가 아니고 ' 짓기'이겠지요. '지기'는 옛말로 '디기'였습니다. 곧 '떨어진다'는 뜻의 '디다' 의 명사형이지요. 그러니까 '마지기'는 '말 + 디기'이어서 '말디기'가 되고 디귿 앞에 서 리을 이 떨어져서 '마디기'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가 되어 '마지기'가 된 것입니다. 즉 '한 말이 떨어질 수 있는 땅' 즉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한 마지기'라고 한 것입니다. 이 '마지기'는 원래 한자로 '두락'(말 두, 떨어질 락)이었는데, 이것이 이두로서 사용되다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섬지기'는 '한 섬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말하는 셈이 되었지요.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