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0 16:12
하릴없이, 할 일 없이
조회 수 13157 추천 수 2 댓글 0
[우리말바루기] 하릴없이, 할 일 없이
얼마 전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30년대 근대화돼 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담고 있다.
소설가 구보는 ‘하릴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할 일 없는’ 하루를 보낸 걸까. 각각의 의미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할 일 없는’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하릴없는’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릴없다’는 “버스 파업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들이 승강장에서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 “내가 잘못해 일어난 상황이니 혼이 나도 하릴없는 일이다”에서처럼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또 “머리도 못 감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이 폐인의 형국이다” “누더기를 기워 입은 듯한 모습이 하릴없는 거지였다”에서와 같이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할 일 없이’는 말 그대로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한 단어가 아니므로 ‘할일없이’와 같이 붙여 쓰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영락없이’로 바꿔 쓸 수 있다면 ‘하릴없이’, ‘빈둥빈둥’의 의미를 지닌다면 ‘할 일 없이’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구보는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8055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4550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199455 |
2970 | 완강기 | 바람의종 | 2010.04.23 | 12482 |
2969 | 쑥맥, 쑥, 숙맥 | 바람의종 | 2010.07.23 | 12481 |
2968 | 글러브, 글로브 | 바람의종 | 2010.05.29 | 12472 |
2967 | ‘빼또칼’과 ‘총대가정’ | 바람의종 | 2010.06.08 | 12471 |
2966 | 통합키로, 참석키로 | 바람의종 | 2010.05.08 | 12470 |
2965 | 옴니암니 | 바람의종 | 2010.04.06 | 12467 |
2964 | 참 그놈 간풀구만! | 바람의종 | 2010.04.10 | 12466 |
2963 | ‘ㄱ’과 ‘ㅂ’ 뒤의 된소리 | 바람의종 | 2010.05.17 | 12464 |
2962 | 아귀다툼 | 바람의종 | 2007.05.16 | 12463 |
2961 | 호나우두(Ronaldo)와 호날두(Ronaldo) | 바람의종 | 2010.02.28 | 12459 |
2960 | 써라와 쓰라 | 바람의종 | 2010.04.02 | 12457 |
2959 | 일상어 몇 마디와 ‘-적’ | 바람의종 | 2010.04.13 | 12446 |
2958 | 병구완, 병구환, 병간호, 고수련 | 바람의종 | 2011.01.30 | 12446 |
2957 | '같이' 띄어쓰기 | 바람의종 | 2009.09.23 | 12437 |
2956 | 호분차 온나! | 바람의종 | 2010.03.26 | 12423 |
2955 | 고맙습니다 / 김지석 | 바람의종 | 2007.05.22 | 12419 |
2954 | 오솜소리 나갔지비 | 바람의종 | 2010.03.16 | 12416 |
2953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2007.09.26 | 12405 |
2952 | 들르다/들리다, 거스르다/거슬리다, 구스르다/구슬리다 | 바람의종 | 2008.05.24 | 12398 |
2951 | 누리꾼,누리집,누리망 | 바람의종 | 2010.05.18 | 12389 |
2950 | 접두사 ‘새-’와 ‘샛-’ | 바람의종 | 2010.04.10 | 12384 |
2949 | 코펠 | 바람의종 | 2010.03.03 | 123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