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여간 쉽지 않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음 예문에서는. “정작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혼자서 실컷 울고 싶은 데를 집 안에서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혼자서 실컷 울고 싶은 데를 집 안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게 말하고자 한 바일 텐데 결과적으로 ‘쉽다’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까닭은 ‘여간(如干)’이란 단어 때문이다. ‘여간’은 부사로서 그 상태가 보통으로 보아 넘길 만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인데, 주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인다. 예를 보자.
“여자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내는 내가 혼자 지내다 보면 외식이 잦아질 것이고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만 먹다 보면 편식과 채소 섭취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질 것이라고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어떤 상태가 보통으로 보아 넘길 만한 것이 ‘여간’의 의미이니까 그 뒤에 ‘아니다’가 와서 ‘여간 …이 아니다’는 보통으로 보아 넘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간 걱정이 아니다’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우) 걱정이다’를 뜻한다.
첫머리의 예문은 ‘여간’을 빼버려야 올바른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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