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조언과 충고
"소가 도랑에 빠졌다면 일단 건져 내라. 그런 다음 소가 왜 도랑에 빠졌는지 원인을 찾아내 다시는 도랑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워라." 제록스의 앤 멀케이 회장은 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릴 때도, 인생의 어려운 결단을 내릴 때도 한 동료 기업인이 들려줬던 이 얘기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떠올렸던 동료의 말은 '조언'이었을까, '충고'였을까. 어떤 말을 써도 무방할 것 같지만 동료가 건넨 말은 '충고'보다는 '조언'에 가깝다. 허물을 집어 잘 알아듣도록 말해 준다기보다는 앞으로의 행동에 뭔가 도움이 되도록 일러 주는 것이므로 '조언'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충고(忠告)'는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르는 것, '조언(助言)'은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 돕는 것을 이른다.
"아이의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쳐 줄 때는 흥분하지 말고 침착한 태도로 거짓말하는 건 나쁜 행동이란 점을 분명히 충고해 주는 게 좋다" "그는 사람들에게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기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했다"와 같이 쓰인다. 두 단어 모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충고'는 상대방의 그릇된 점이나 흠을 고치도록 말해 준다는 데, '조언'은 상대가 더 나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필요한 것을 적절히 일깨워 준다는 데 초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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