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05.16 15:02

헤어진 옷

조회 수 1099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말바루기] 헤어진 옷

한 남자에게 어느 날 새 실내복이 생겼다. 당장 해어진 옷을 벗고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상이 허름해 보였다. 책상을 교체하자 이번엔 의자며 시계가 못마땅했다. 결국 그는 방의 모든 집기를 바꿨다.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란 수필을 통해 밝힌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의 경험담은 새 물건을 갖게 되면 그에 걸맞은 또 다른 것을 사고 싶어지는 욕구를 가리키는 '디드로 효과'란 말을 낳았다. 이때 혼동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
예전의 실내복을 표현한 '해어지다'와 그 옷을 버림으로써 느끼게 된 감회를 적은 글에 나오는 '헤어지다'다.
"승려들이 일상복으로 즐기는 납의(衲衣)는 헤어진 옷을 수십 년간 기워 입은 것에서 유래했는데, 이것이 누비옷의 기원이 됐다" "폐포파립(蔽袍破笠)은 헤어진 옷과 부서진 갓이란 의미로 초라한 차림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처럼 쓰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모두 '해어진'으로 고쳐야 한다.
'헤어지다'는 "친구들과 쇼핑만 하고 헤어지려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두 연인이 끝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살을 앓았더니 입 안이 다 헤어져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와 같이 '흩어지다, 이별하다, 살갗이 터져 갈라지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닳아서 떨어지다'는 말은 '해어지다'가 맞다.
이들 단어를 줄여 "입술이 헤져 아파 보인다" "발가락이 드러날 정도로 운동화가 해졌다"처럼 '헤지다' '해지다'라고도 쓸 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95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940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597
2904 과욋돈 바람의종 2012.08.21 8894
2903 몸 달은 바람의종 2012.08.21 7038
2902 묫자리 / 묏자리 바람의종 2012.08.20 12326
2901 바람 바람의종 2012.08.20 9253
2900 가이없는 은혜 바람의종 2012.08.17 9020
2899 스포츠 중계 바람의종 2012.08.17 11570
2898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바람의종 2012.08.16 20667
2897 애저녁에 / 애초에 바람의종 2012.08.16 14882
2896 귀를 기울이다 / 술잔을 기우리다 바람의종 2012.08.14 32721
2895 날개쭉지 바람의종 2012.08.14 10529
2894 뇌졸중 / 뇌졸증 바람의종 2012.08.13 11911
2893 마린보이 바람의종 2012.08.13 12235
2892 아언각비 바람의종 2012.08.13 11425
2891 불은 라면 바람의종 2012.08.01 8963
2890 갸냘픈 바람의종 2012.08.01 8161
2889 쌍거풀, 쌍가풀, 쌍꺼풀, 쌍까풀 바람의종 2012.07.27 13891
2888 바람의종 2012.07.27 9231
2887 양수겹장 / 양수겸장 바람의종 2012.07.25 30441
2886 시도하다 바람의종 2012.07.23 8546
2885 해장 바람의종 2012.07.23 13346
2884 정계 / 정가 바람의종 2012.07.16 9330
2883 가능한 / 가능한 한 바람의종 2012.07.16 103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