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걸판지게 놀다
"오늘 우리 한번 술도 먹고 춤도 추고 한바탕 '걸판지게' 놀아보자." "이번 일만 잘되면 내가 '걸판지게' 한턱을 내겠다." "어느 시골 농부가 정치권을 겨냥해 하는 '걸판진' 욕설이 단연 압권이었다."
'요란하고 떠들썩하다, 넉넉하고 푸짐하다, (입이) 걸다'의 의미로 언중(言衆)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걸판지다'라는 단어는 우리말에서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걸판지다'를 찾으면 '거방지다'의 잘못으로 돼 있다. 그렇다고 '걸판지다'를 모두 '거방지다'로 바꿔 쓸 수는 없을 듯하다. 말맛도 떨어질뿐더러 앞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뜻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거방지다'는 '몸집이 크다(거방진 허우대), 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덩치 큰 사내가 거방지게 사람들을 좍 훑어보았다), 매우 푸지다(거방지게 술을 사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둘째 예문에서의 '걸판지게'는 '거방지게'로 바꿔도 의미상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두 예문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첫째 예문에서의 '걸판지게'는 '신이 나게, 신명 나게'로, 셋째 예문에서의 '걸판진'은 '입이 건' 정도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
북한에서는 '걸판지다'가 우리와는 의미가 전혀 다른 '너부죽하고 듬직하다(얼굴이 걸판지게 생기다)'의 뜻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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